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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도쿄 올림픽 야구: 이스라엘전 복기 & 미국전 선발과 주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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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어제(7/29)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도쿄 올림픽 B조 조별리그 첫 경기, 이스라엘전은 6대5로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경기를 이겨서 천만다행입니다만,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들이 눈에 도드라지게 띄었습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경기였다."라며 진땀을 빼고 혀를 내둘렀는데요.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이스라엘이 6개 출전국 중 최하위라는 둥 이상하게 상대 전력을 얕보는 평들이 돌고 있었는데, 저는 이스라엘은 사실상 미국 B팀일 정도로 강팀이라고 누차 강조해왔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29일 조별리그 B조 첫 경기 이스라엘 선발 투수였던 우완 투수 존 모스콧. 1회 첫 타자 박해민을 상대한 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내려가며 바로 좌완 사이드암 투수 제이크 피시먼이 등판하였고, 필자의 예상대로 대표팀 좌타자들은 아주 손도 못대고 탈탈 털렸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저는 이스라엘의 선발 투수로 제레미 블리치 선수를 예측했는데, 블리치가 아니더라도 좌완 언더핸드 내지는 사이드암 투수가 등판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선발 투수 예고를 보니 은퇴 후 피칭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존 모스콧 선수가 등록됐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느낌이 싸했습니다.

'아! 위장 선발이구나!'라는 느낌이 강력하게 들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좌타자만 넘쳐나는 대표팀의 타선 라인업에 어느 정도 플래툰 운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김경문 감독의 특성상 그냥 우완 투수라고 신나서 좌타만 넣어놨습니다.

어차피 선발로 가용 가능한 우타자는 최대 3명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명타자로 오재일 선수가 아닌 황재균 선수를 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제 판단이었지만, 우리 김경문 감독님께서는 자신의 전략과 감을 너무 확신하신 듯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구상한 타선은 우타자라고는 강민호-허경민 두 선수 뿐인 좌타자만 즐비한 라인업이었습니다.

모스콧 선수는 1회 초 박해민 선수 한 타자만 상대하고선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하였고, 좌완 사이드암 선수 제이크 피시먼 선수가 등판하여 3.2이닝 2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오지환 선수의 동점 투런 홈런이 아니었다면 추격 분위기는 꿈도 못 꿀 정도로 피시먼 선수의 피칭은 위력적이었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이스라엘 투수가 바뀌었다. 바뀐 왼손 투수는 우리가 준비했던 선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우리가 계산하기 힘들었다. 또 그 선수는 들어오자마자 좋은 피칭을 했다. 그 투수로 인해 고전했다"고 털어놨는데, 자신의 감독 자질 능력 부족만 털어놓는 변명이지 않나 싶습니다.

애초에 팔꿈치가 터져서 은퇴하고 피칭 코디네이터 하고 계신 분이 선발로 나온다는데, 그정도 계산도 안 서시는 건지 아님 정정당당한 승부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건지... 뭐가 됐든 감독의 수싸움 전략에서는 이스라엘에게 완패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이스라엘 대표팀이 위장 선발 논란으로 국내에서 여론이 안 좋은 상황인데, 위장 선발은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볼 때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전략이지만, 단기전에서 어떻게든 승리해보겠다는 심산이라면 마냥 비난하기도 어려운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MVP는 오지환 선수라는 것에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편 이 경기의 MVP는 '공포의 7번 타자' 오지환 선수라는 것에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오지환 선수는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1도루로 맹활약을 펼치며 분위기가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갈 때마다 이스라엘의 산통을 깨부수는 멋진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 발탁 선수라는 가치를 제대로 입증해냈습니다.

특히 4회 2사 1루 상황에서 피시먼 선수를 상대로 기록한 동점 투런 홈런이 아니었다면, 우리 대표팀은 승리는커녕 추격 의지조차 가질 수 없을 정도였다고 봅니다.

홈런 외에도 도루와 역전 적시 2루타 등 맹활약을 이어나간 오지환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 때 별달리 활약하지 않고 병역 특혜를 받았다며 온갖 모함과 음해와 고통에 시달려왔던 지난 과거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멋진 활약으로 팀에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 혹시 사이클링 히트도 가능할까 싶었는데 3루타 하나가 모자라 아깝습니다.)

오지환 선수는 자신의 홈런에 대해 "요코하마 구장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살짝 스친 뜬공도 크게 뻗어 넘어가는 느낌이었다."라고 겸손이 섞인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요코하마 구장의 구조는 사직 구장의 설계 모티브가 된 구장으로 홈런 팩터가 완전히 똑같다고 보면 되는데다, 근처에 요코하마항이 있는 완전한 바닷가이기 때문에 해풍이 굉장히 거세게 부는 구장입니다.

가뜩이나 홈런 팩터가 높은 구장에 바람까지 더해져 타구가 쭉쭉 뻗는 구장이므로 우리 대표팀은 이 점을 앞으로도 계속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투수 운용은 정말 최악이었다. 선발 투수 원태인-최원준 선수 모두 호투했지만 타자 일순 후 각각 투런을 맞았으며, 조상우-오승환 선수도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납득가지 않는 전략이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편 김경문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투수 운용 전략이 또 경기를 터뜨릴 뻔하였습니다.

선발 투수 원태인 선수는 2회까지 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이스라엘 타선을 꽁꽁 묶었습니다만, 타자 일순을 돌자마자 3회초 1사 2루에 이안 킨슬러 선수에게 투런 홈런을 맞으며 선취점을 내주었습니다.

이후 함께 텐덤 조를 이룬 최원준 선수 역시 4회부터 굉장한 호투를 펼쳤지만 6회초 2사 1루에 라이언 라반웨이 선수에게 투런 홈런을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애초에 대표팀이 1+1 텐덤 전략을 사용한 것은 투수진이 약한 상황에서 타자 일순을 돌지 않게 함으로써 상대 타자들에게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 데 그 목적이 있었으며, 그런 목적이라면 3이닝을 못 채웠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투수 교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김경문 감독님께서는 1+1은 무조건 3+3이닝이라는 것을 무슨 공식인마냥 지키셨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연출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구원 투수로는 조상우 선수가 2이닝, 오승환 선수가 연장 10회를 포함해 2이닝을 소화했는데, 단기전에서 거의 매 경기 사용해야 할 필승조 투수들인데 시작부터 멀티이닝을 소화시키는 것 또한 납득할 수 없는 전략입니다.

특히 오승환 선수는 아무리 그 이름값이 대단하고 여전히 구위가 대단한 선수라고 할지라도 불혹의 투수인데, 단기전에서 멀티이닝을 계속 맞길 요량이라면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해보면 이스라엘은 대표팀이 예상하는 것 이상의 강팀이 맞았으며, 우리 대표팀은 전략과 수싸움에서 완전히 패배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지환 선수를 비롯한 몇몇 선수의 캐리와 상대 투수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조시 자이드-제레미 블리치 선수가 제 컨디션을 보이지 못한 덕에 얻어걸린 승리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절대 이겼다고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들 주장대로 이스라엘이 6개국 중 최약체라면 그 최약체 팀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사구로 간신히 이긴 걸 자랑스럽게 여기지는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제발 김경문 감독님께서 "우리는 디펜딩 챔피언이다."라는 둥 자기 팀 전력 분석도 안 된 헛소리 좀 그만 하시고 심기일전하여 남은 경기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도쿄 올림픽 미국 대표팀 라인업. 이스라엘이 하이AA급이라고 치면, 미국은 AAAA급이라고 봐야 한다.

한편 우리 대표팀은 31일 미국 대표팀과 두 번째 조별 리그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미국 대표팀은 1988년, 2000년을 이어 3번째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데요.

이름값으로만 따지면 제가 의외의 강팀이라 평가했던 이스라엘보다 세 수는 더 앞서는 강팀으로 사료됩니다.

도쿄올림픽 미국 야구 대표팀 명단 (*표시는 올스타 출신)
▶ 포수(2명)= 팀 페더로비치(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마크 콜로스베리(신시내티 레즈)
▶ 내야수(5명)= 닉 앨런(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에디 알바레스(마이애미 말린스), 트리스톤 카사스(보스턴 레드삭스), *토드 프레이저(전 피츠버그 파이리츠, DFA), 제이미 웨스트브룩(밀워키 브루어스)
▶ 외야수(4명)= 타일러 오스틴(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에릭 필리아(시애틀 매리너스), 패트릭 키블러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버바 스탈링(캔자스시티 로열스)
▶ 유틸리티(1명)= 잭 로페스(보스턴 레드삭스)
▶ 투수(12명)= 셰인 바즈(탬파베이 레이스), 앤서니 카터(사라페로스 데 살티요), 브랜던 딕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앤서니 고즈(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에드윈 잭슨(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DFA), *스캇 카즈미어(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DFA), 닉 마르티네스(소프트뱅크 호크스), 스캇 맥거프(야쿠르트 스왈로즈), *데이비드 로버트슨(전 필라델피아 필리스, DFA), 조 라이언(탬파베이 레이스), 라이더 라이언(텍사스 레인저스), 시미언 우즈 리처드슨(토론토 블루제이스)

미국 대표팀은 베테랑들과 유망주, 일본 프로야구 소속 선수들을 적절히 분배하여 조화가 좋은 팀으로 손꼽힙니다.

이스라엘에 MLB 통산 257홈런에 빛나는 이안 킨슬러가 있었다면 미국 대표팀에는 2016 시즌에 40홈런을 친 바 있고 통산 218홈런을 기록한 토드 프레이저 선수를 경계해야 합니다.

프레이저 선수를 포함해 스캇 카즈미어, 에드윈 잭슨, 데이비드 로버트슨 등 올스타 출신 선수들이 꽤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현재 일본 프로야구 소속 선수들로는 소프트뱅크에서 8승 3패, 2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닉 마르티네스 선수야쿠르트에서 16세이브 평균 자책점 2.39을 기록 중인 마무리 투수 스캇 맥거프 선수, 그리고 요코하마 소속으로 2020 시즌을 절반 가량만 소화하고도 20홈런, 2021 시즌에도 시즌 중단 이전 기준으로 타율 0.319 19홈런 49타점을 기록 중인 외야수 타일러 오스틴 선수 역시 경계 대상입니다.
그 외에도 내야수 닉 알렌 선수는 2021 시즌 MLB.com 선정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유망주 3위에 든 선수이며, 내야수 트리스톤 카사스 선수는 레드삭스의 차세대 1루수로 평가받는 선수이자 전체 유망주 순위 34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우완 투수 시미언 우즈 리처드슨 선수는 토론토에서 선발 투수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고, 포수 마크 콜로스베리 선수 역시 신시내티의 차세대 주전 포수로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입니다.
여담으로 내야 유틸리티 에디 알바레즈 선수는 경력이 특이한데, 2014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 출신으로, 그가 야구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해보는 것도 재밌을 듯합니다.

 

미국전 선발 투수는 특유의 사이드암 체인지업으로 북미-중남미권 선수들을 공략할 수 있는 고영표 선수로 낙점될 듯하다. (사진 제공: 뉴시스)

미국 대표팀의 선발로는 아시아 야구의 경험을 살려 닉 마르티네스 선수가 등판하거나, 좌완 베테랑인 스캇 카즈미어 선수가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우리 대표팀이 좌타 일변도인 것을 미국 대표팀도 이번 경기를 통해 확인했을테니 좌완 투수를 활용하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싶지만, 카즈미어 선수는 4년 간의 공백기를 거쳐 2021 시즌 샌프란시스코를 통해 미국 무대에 복귀했으나 이마저도 지난 6월 지명할당 되는 등 기량이 예전같지 않기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양쪽 모두 대비를 하여 융통성 있는 플래툰 운용이 필요해보입니다.

한편 대한민국 대표팀 선발 투수는 고영표 선수가 가장 유력해보입니다.

북미-중남미권 선수들이 스윙을 크게 하는 경향이 있고, 사이드암 체인지업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고영표 선수 특유의 체인지업이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갈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고영표 선수와 텐덤 조를 이루는 선수는 이의리 선수인데, 과연 미국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바로 국제 무대 데뷔전을 치르게 될지 그 귀추도 주목되는 바입니다.

지난 이스라엘전을 교훈삼아 노출된 약점들을 보완하고, 특히 투수 운용에 있어서는 텐덤 전략을 쓰겠다면 3+3을 고집하지 말고 2+2+2 등 타자 일순을 돌기 전에 바로 교체를 하는 식으로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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