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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레이븐의 짤막 야구론: 플라이볼 혁명과 수비 시프트 - 어퍼컷 스윙은 과연 '정답'일까? 上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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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PC 환경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있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가급적 PC에서 조회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도쿄 올림픽도 사흘 뒤면 개막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야구는 다음주나 돼야 첫 경기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야구 금단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듯합니다.

이번 포스트부터는 제가 평소 야구에 대해 생각해왔던 것들을 짤막하게나마 풀어나가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약빨로 찍은 홈런왕 기록들 덕분에 "빅맥? 저요, 햄버거요?"라는 멘트로 유명한 맥도날드 광고까지 찍은 마크 맥과이어.

제가 처음 야구를 시작할 무렵인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약물 파동'이라 불리는 大스테로이드 시대가 열렸습니다.

특히 1999년 마크 맥과이어새미 소사의 미친 듯한 홈런 레이스 경쟁은 무릇 많은 베이스볼 키드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지만, 후일 전부 '약빨'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순수한 어린이 팬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타점 1~10위순으로 정리한 1999년의 MLB 타자 성적이며, * 표시는 약물 복용 의혹이 있는 선수, 붉은색 볼드 표시는 실제 복용 사실이 밝혀진 선수, 파란색 표시는 약물에 손을 대지 않은 청정한 기록임이 입증된 선수입니다.

 

  1. 매니 라미레즈 44홈런 165타점 *
  2. 라파엘 팔메이로 47홈런 148타점 *
  3. 마크 맥과이어 65홈런 147타점 *
  4. 맷 윌리엄스 35홈런 142타점 * (現 기아 타이거즈 감독)
  5. 새미 소사 63홈런 141타점 *
  6. 카를로스 델가도 44홈런 134타점
  7. 켄 그리피 주니어 48홈런 134타점
  8. 단테 비세트 34홈런 133타점 *
  9. 블라디미르 게레로 42홈런 131타점 (現 게레로 주니어 아버지)
  10. 후안 곤잘레스 39홈런 128타점 *

10위 중 6명이나 실제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질 정도로 메이저리그에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만연해있었습니다.

새삼 델가도와 켄 그리피 주니어, 게레로만 대단해 보이게 만드는 기록들이기도 합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레전드 프랭크 토머스는 "내가 선수 생활을 시작할 때 30홈런 100타점을 때려내면 대단한 선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40홈런과 120타점을 목표로 했고 그것을 이뤄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들이 60개씩 홈런을 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나에게 평범한 선수라고 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프랭크 토머스가 화이트삭스에서 16년동안 40홈런 이상을 총 5번, 30홈런 이상으로 넓히면 오클랜드에서의 기록까지 17년 동안 총 9번을 달성할 정도로 엄청난 장타력을 보유한 선수였지만, 애석하게도 정직했다는 죄 하나만으로 홈런왕을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긍정적-부정적 의미 양면에서 모두 레전드로 남은 베리 본즈 역시 90년대의 약빨 선수들에게 밀리는 것에 흑화하여 자신도 약에 손을 대기 시작해 천재성+약빨이라는 괴물같은 시너지로 2001년 73홈런을 포함해 4년 연속 40홈런 이상을 때려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약물에 대해 쉬쉬하던 사무국도 더이상 좌시할 수 없었는지 금지 약물에 대해 대대적인 제재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2000년대 후반 이후로는 금지 약물에 손을 대는 선수의 수도 많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물론 없어진 것은 절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기에, 팬들도 나서서 이들을 규탄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이 대약물시대가 지난 후, 2010년대부터는 이른바 '투고타저'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미첼 리포트'와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 이후 금지 약물 복용자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는 과정에서 타자들의 약빨이 대거 빠졌고,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투수들의 기록이 향상된 것입니다.

이 당시 리그 평균 득점이 4.24까지 떨어지면서 타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때 주요 골자로 등장한 논지가 "수비 시프트가 야구를 망치고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수비 시프트가 정당하게 나와야 할 득점 생산력까지 억제하면서 야구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으며, 야수들은 정해진 위치에서만 수비를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가 될 정도였습니다.

일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홈런 뻥뻥 터지는 재미로 야구를 보던 사람들이라면 홈런이 급격히 줄어든 야구를 볼 재미가 떨어졌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정말 수비 시프트가 정당하게 나와야 할 득점 생산력까지 억제하면서 야구를 망치고 있었을까요?

 

러셀 A. 칼튼이 조사한 2012~2017년 MLB의 BABIP 지표. (자료 제공: 주경야덕)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수비 시프트는 땅볼 타구의 BABIP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타구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지며, 시프트를 통해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렸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수비 시프트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2013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의 극단적 수비 시프트 실험으로부터 비롯되었으니 위 자료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투고타저를 운운하는 상황에서도 타자들은 전반적으로는 수비 시프트에 대해 적절히 공략을 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수비 시프트가 야구를 망치고 있다고 운운하는 것은, 자신이 시대와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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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시프트를 깨는 방법으로는 밀어치기, 번트 안타 등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야수의 키를 넘기는 타구'입니다.

특히 2016년부터 구단들이 스탯캐스트를 도입하면서 플라이볼을 더 많이 치기 위해 어퍼컷 스윙이 유행하는데, 이때부터 수비 시프트 혁명의 뒤를 이어 '플라이볼 혁명'이 대두됩니다.

 

전반기에만 33홈런을 치고 후반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34호 홈런을 친 오타니 쇼헤이. OPS형 레벨 스윙 타자에서 어퍼컷 스윙 타자로 탈바꿈한 효과이다. (사진 제공: NHK클로즈업현대)

현재 투수로서도 활약 중이지만 타자로서는 커리어 하이를 갱신 중인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어퍼컷 스윙의 수혜를 많이 보는 타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오타니 선수의 스윙은 어깨 쪽에서 지면과 최대한 수평을 유지하며 스윙이 이루어지는 '레벨 스윙'을 구사하면서 OPS형 타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홈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중인데, 벌크업을 한 덕분인지 어퍼컷 스윙을 하면서도 배트 스피드 역시 더욱 늘린 덕에 비거리가 상당히 늘어난 모양새입니다.

투수를 겸업하고 있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있을 수 있어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지금과 같은 스윙과 컨택만 그대로 유지한다면 처음으로 50홈런을 넘기는 아시안 메이저리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배럴 타구가 발생하는 발사각과 타구 스피드. (자료 제공: 야구공작소)

하지만 모든 상황과 모든 타자에게 어퍼컷 스윙이 정답이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NEVER'일 것입니다.

NO도 아닌 NEVER씩이나 되는 이유는 저는 어퍼컷 스윙 위주 타격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야구의 강속구와 수비 시프트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타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퍼컷 스윙이라는 '수단'이 아닌 '배럴 타구'라는 결과물입니다.

배럴 타구는 타구 속도와 발사각도 조합상 평균적으로 타율 0.500, 장타율 1.500 이상을 생산하는 타구를 말합니다.

배럴 타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시속 98마일을 기록해야 하며, 해당 속도에서는 발사각이 26°~30°가 돼야 합니다.

시속 100마일부터 시속 116마일까지는 시속 1마일이 증가할 때마다 배럴 타구가 되는 발사각의 범위가 2°~3° 증가하며, 시속 116마일짜리 타구에서는 발사각이 8°~50°사이이기만 하면 배럴 타구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배럴 타구는 '이상적인 스윙'을 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결과물이지, 강제로 타구를 퍼올려서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타니 선수의 경우 어퍼컷 스윙을 하면서도 타구 속도를 110마일 이상까지도 때려낼 수 있고, 발사각도 25°~35° 사이를 유지하며, 컨택에서의 손해도 그리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어퍼컷 스윙이 오타니 선수에게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스윙입니다.

한편 타구 속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상급인 오타니 선수의 평균 홈런 타구 속도 역시 109마일 언저리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는 타구 속도 100마일을 넘기 어려우니 최소 조건에 맞는 스윙을 해야 배럴 타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일반적으로는 최소 조건에 맞는 스윙을 해야 배럴 타구라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으며, 이에 최적화된 스윙은 결국 모든 상황에 적절히 대응되는 레벨 스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해당 칼럼은 下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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