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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MLB 약물 파동 이후 투고타저 시대의 수비 시프트, 그리고 이에 대응하며 등장한 플라이볼 혁명과 어퍼컷 스윙의 유행에 대해 살펴보면서, 어퍼컷 스윙이 '정답이 아님'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2021.07.20 - [Baseball] - 레이븐의 짤막 야구론: 플라이볼 혁명과 수비 시프트 - 어퍼컷 스윙은 과연 '정답'일까? 上편
위 포스트에서 오타니 쇼헤이 선수같이 어퍼컷 스윙으로도 이상적인 발사각을 형성할 수 있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빠른 타구 속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경우는 레벨 스윙을 해야 배럴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아봤습니다.
빠른 타구 속도와 이상적인 발사각의 조합이 있어야만 결국 수비 시프트를 뚫고 외야에 안착해 안타, 장타, 홈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무작정 퍼올리기만 해서는 위로 솟구치는 타구가 형성되어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될 뿐입니다.
다시 수비 시프트 이야기부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메이저리그 150년 역사에서 수비 시프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대입니다만, 수비 시프트를 본격적인 작전으로써 쓰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입니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80% 이상의 타구를 우익선상으로 형성하는 잡아당기기형 좌타자였습니다.
테드 윌리엄스의 맹타에 대항하기 위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단은 1946년 7월 14일 더블헤더 경기에서 처음으로 '윌리엄스 시프트'라 불리는 수비 시프트를 시도했습니다.
윌리엄스는 이날 더블헤더 1차전에서 5타수 4안타 3홈런 8타점이라는 맹타를 휘둘렀고, 루 보드로 당시 클리블랜드 감독은 윌리엄스 타석에서 대폭 수비 시프트를 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날 2차전에서 윌리엄스는 2루타 1개를 치는데 그치며 1차전보다 확실한 성과를 보이게 됐습니다.
수비 시프트의 효과는 단순히 타자를 아웃시킬 확률을 높이는 게 전부는 아닙니다.
상대 타자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고, 더 나아가 타격 밸런스를 흐트러뜨리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타자들이 타구가 주로 향하는 곳에 야수들이 모여 있으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워하며, 결국 시프트를 피해 빈 공간으로 타구를 날리려다 스스로 리듬을 잃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합니다.
수비 시프트를 피하려면 처음부터 타구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수비 시프트를 만났다면 상대가 유인하는 특정 코스와 공을 잘 골라내야 합니다.
제아무리 윌리엄스라도 당겨치기 일변도의 기존 타격으로는 이 시프트를 뚫어낼 재간은 없었고, 통산 타율 하락에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 테드 윌리엄스의 통산 타율은 0.331로, 전문가들은 만약 윌리엄스 시프트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윌리엄스의 통산 타율은 0.350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4할 타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윌리엄스는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노력 끝에 밀어치기와 어퍼컷 스윙을 내세우며 결국 윌리엄스 시프트를 개박살내버리게 됩니다.
윌리엄스는 1971년 출간한 『타격의 과학(Science of hitting)』이라는 저서에서 자신의 어퍼컷 스윙 이론을 펼친 바 있습니다.
윌리엄스는 해당 저서에서 "이상적인 타격은 레벨 스윙 혹은 다운컷 스윙이라고 배웠다. 타구가 바운드 되면 일단 수비수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을 실어 띄우는 타구는 홈런을 만들 수 있다. 나는 10도 정도 약간의 어퍼컷 스윙(slightly uppercut swing)을 옹호한다."라고 밝혔습니다.여기서 그는 삽화까지 남기며 어퍼컷 스윙 이론의 효용성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해당 삽화에서는 일반적인 레벨 스윙은 타격 면적과 임팩트 구간이 짧고 좁은 반면, 어퍼컷 스윙을 하게 되면 타격 면적과 임팩트 구간이 길고 넓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현대 야구를 꽤 보신 분들이라면 삽화를 보고 있자니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퍼컷 스윙은 지난 上편에서 오타니 선수로부터 볼 수 있는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는 골프 스윙 느낌의 스윙입니다.
하지만 윌리엄스가 말하는 어퍼컷 스윙의 배트 높이는 레벨 스윙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똑같이 머리와 귀를 흘러나와 어깨를 지나 허리에서 돌아나가는 궤적의 스윙이지만, 임팩트에서의 각도만 차이가 있습니다.결국 윌리엄스가 말한 어퍼컷 스윙은 골프 스윙이 아니라 레벨 스윙에서 임팩트 구간에서 손목의 힘으로 5º~7º 가량을 끌어올려서 최종적으로 지면에서 10º 가량 올라가는 스윙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 이론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로는 양의지 선수가 있습니다.
양의지 선수의 스윙은 혹자들에게 '대충대충 스윙', '맥 빠지는 스윙'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사실 양의지 선수의 스윙은 굉장히 과학적인 스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들 배트 스피드가 빠른 선수들은 처음부터 배트가 빠르게 나가기 때문에 임팩트 구간이 아닌 뒷쪽에서 최고 속도에 다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예를 들면 롯데 자이언츠의 한동희 선수가 대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퍼컷 스윙을 하는 경우에도 뒷쪽에서 이미 힘이 분산되어 버리고, 임팩트 구간에서 원하는만큼 힘을 실어주지 못해 플라이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왕왕 나오게 됩니다.
반면 양의지 선수의 배트 스피드는 저속으로 출발해 임팩트 구간에서 최고속에 다다르며, 다시 팔로우 스윙에서 저속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스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양의지 선수의 타격 폼이 설렁설렁, 대충대충으로 보이는 이유는 아마 출발 속도와 최종 속도가 느린 탓에 보이는 착시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트 스피드 컨트롤이 가능한 것은 양의지 선수가 테드 윌리엄스가 주장한 '살짝 올려치는' 레벨 스윙을 구사하는 덕분입니다.
스윙 궤적은 레벨 스윙으로 유지되다가 임팩트 구간에서 들어올리는 스윙을 구사하기 때문에 배트 스피드와 임팩트, 히팅 포인트 등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타구 속도와 발사각이 조화를 이루는 배럴 타구의 형성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더욱이 레벨 스윙을 구사할 경우 갑작스러운 하이 존 공략에도 적극 대처가 가능하며,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이 들어올 경우 바로 어퍼컷 스윙으로 전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컨택에서도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비 시프트의 대항마로 등장한 어퍼컷 스윙 이론의 실체와 그 효용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결국 정답은 지금으로부터 70년도 전에 이미 완성이 돼있던 셈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에 따르면 테드 윌리엄스가 말한 어퍼컷 스윙은 결국 이상적인 레벨 스윙이며, 무작정 퍼올리기만 해서는 유효한 배럴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MLB 전문가들도 이른바 '플라이볼 혁명'에 대해 사실은 플라이볼이 아닌 '안티-그라운드볼' 혁명이라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여전히 배럴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플라이볼이 아닌 라인드라이브 타구이며, 라인드라이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공의 아랫부분을 살짝 들어올려 때리는 레벨 스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MLB에서 어퍼컷 스윙으로 효과적인 성과를 내는 선수들도 대부분은 이 테드 윌리엄스의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과 결과물을 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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