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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아마야구 감독님들, 언제까지 남탓만 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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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PC 환경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있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가급적 PC에서 조회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오늘 아침 또 개빡치는 기사를 보고 급하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너무 빡친 상태이니 서론 집어치우고, 거두절미하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투구수 105개로 제한 불합리… 에이스 없이 4강전 말이 되나”

“에이스 투수가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에 더그아웃을 지킨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한 수도권 고교 야구부 감독은 지난달 2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부산고와 강릉고의 제77회 황금사

sports.news.naver.com

동아일보의 기획 기사 "고교야구를 부탁해(중)"에 따르면 고교야구 감독 31명 중 20명이 현행 규정인 투구수 제한 105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에이스 없이 8강전 이상의 경기를 치르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멍청한 의견을 내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자기들이 단 1명의 에이스 외에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를 육성하지 못한 탓입니다.

또한 여전히 작금의 고교야구는 단 1명의 에이스가 경기를 책임지는 시스템으로밖에 운영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대거 포진해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말로는 옛날로 돌아가자는 취지가 아니라 15~20구 정도만 늘려달라는 이야기라고 변명하지만, 이들은 막상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때가서 또 150구까지 늘려달라고 태세 전환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 자기들이 그런 식으로밖에 야구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 야구 애니메이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다이아몬드 에이스>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잘 묘사한 것도 있지만, 다이아몬드 에이스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고교 야구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정말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애니메이션을 마냥 좋게 봐줄 수가 없습니다.

고교 야구 선수들의 낭만을 그려낸 명작이라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것이 현실에 미칠 악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애니메이션은 정말 지독하게도 올드스쿨적인 야구관을 가진 자들의 훈련법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입스가 걸린 선수가 무작정 계속 던지게 놔두면서 정면으로 부딪혀 해결한다거나, 무식하게 비 오는 날 타이어를 허리에 메달고 흙바닥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장면 등 절대 현실에서 이어져선 안될 잘못된 훈련법이 너무도 '낭만적으로' 비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작중 실제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에이스이자 주인공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후루야를 모든 경기에 등판시켜 지든 이기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던지게 해야한다는 코치의 의견이 버젓이 나오기도 합니다.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갈려나갔으니까요.

여튼 중요한 것은 이 애니메이션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과거 일본에서도 고시엔에 진출하기 위해 선수를 갈아먹는 것을 마치 낭만적인 것처럼 인식하던 풍조가 있었다는 겁니다.

한국계 레전드로 알려진 하리모토 이사오(장훈) 전 선수가 현 지바 롯데의 사사키 로키 선수가 고교 시절 감독이 투구 수 관리를 배려해준 탓에 고시엔 진출 결정전에 등판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아주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는데, 이 발언이 불과 20년 전 일본 야구의 야구관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거 때문에 다르빗슈 유 선수가 장훈이 나오는 프로그램 폐지 좀 해달라고 발언했을 정도이며, 일본 여론도 장훈이 더이상 언론에 노출되어선 안 된다고 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20년 전의 구시대적 야구관을 한국 아마야구는 여적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아마야구 지도자들이 그런 구시대적 야구관에만 갇혀서 야구를 대해 왔으며, 다른 가능성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교 야구에 '105개의 투구 수 제한+해당 선수는 나흘 간 출장 불가'라는 조건이 붙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2022년까지 뛰었다 현재 질롱 코리아로 소속을 옮긴 이수민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군대에 있을 때라 정확한 현장 분위기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2013년 당시는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와 하향 평준화, 순수 신인 육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불씨를 지핀 것이 이수민 선수가 대구상원고 3학년 시절 황금사자기 16강전에서 천안북일고를 상대로 179구의 승부를 봐야 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이수민 선수는 이미 경기당 140구 가량의 평균 투구 수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혹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전형적으로 에이스에만 의존하는 멍텅구리 고교 야구 운영 때문이었습니다.

이수민 선수가 해당 경기에서 송우현 전 선수(송진우 전 감독 아들 맞습니다)에게 끝내기를 맞고 패전 투수가 되었을 때 한동안 등판을 안 해도 되어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결국 이수민 선수는 완전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밸런스도 끝내 되찾지 못하고 평균 구속도 130km/h대로 하락하며 재기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수민 선수 뿐만 아니라 당해 고졸 투수들의 80% 가량이 어깨와 팔꿈치에 부상을 안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고, 이에 KBSA는 2014년부터 부랴부랴 투구 수 및 출장 제한 규정을 도입한 것입니다.

이런 끔찍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고교 감독들이 버젓이 투구 수 제한을 풀어달라는 개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기는 에이스 하나 갈아먹어서 성적내는 것밖에 할줄 모르는 머저리인데, 그 방법으로 자기 보신을 하는 것이 우선이고 선수의 미래 따윈 알 바 아니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천명하는 셈입니다.

이 부분은 더 가관입니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오전 수업 의무 + 주말 리그 도입이 기본기 저하를 유발한다는 개소리는 참 매년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교 선수들이 기본적인 학습도 못하게 놔두고 열심히 갈아먹고 나면 졸업 이후는 자기 책임이 아니니 이런 개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매년 드래프트의 경쟁률은 약 10~13대1 정도가 나옵니다.

1000~1200명의 선수들이 매년 프로 진출에 실패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구나 실업리그도 폐지되고 독립리그도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프로리그 외에는 야구를 이어나갈 길도 요원합니다.

이 선수들이 프로 진출에 실패하고 나면 돈벌이를 하고 인간 구실을 할 길 자체가 막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끔찍합니다.

그리고 유튜브와 아카데미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습을 하는 것에 지도자들이 극구 반대를 하는 이유 또한 자명합니다.

단순히 자기에게 항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아카데미가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한 10명은 그래도 개중 다행이라 생각되며, 아마 저 10명이 투구수 제한 해제에 반대한 11명과 교집합일 듯합니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연구되어 온 선진 야구를 배워 와 열심히 강의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폄하하고, 절대 답습되어서는 안 되는 무식하고 막무가내이며 비효율적이고 위험천만한 훈련법과 경기 운용만을 고집하는 자신들의 고립계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선수들이 기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당신들이 선수들 갈아먹은 탓에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게 되자 경기가 안 끝난다는 이유로 스트라이크존이 태평양존이 된 탓입니다.

스트라이크존이 허허벌판이니까 투수들은 대충 던지면 되고, 타자들은 자기 스윙을 못하고 갖다 맞추기 급급한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단순히 유튜브 채널과 최신식 아카데미들이 자기들 밥줄 깎아먹고 있으니 남탓하기 바빠하는 모습 너무 추합니다.

공부하는 야구인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박용택 해설위원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언론 등지에서 이러한 풍조를 맹렬히 비판한 바 있습니다.

LG 트윈스의 김진성 선수는 NC 다이노스 시절 유튜브 채널 <유고프로 베이스볼>에서 존 매든 코치의 강의를 보고 재기에 성공한 바 있음을 <스톡킹> 채널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더 나은 방법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영감님들 제발 새겨들으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은 틀렸습니다.

한국 야구를 망치지 말아주십시오.

미래를 위해, 학생들을 위해, 제발 사라져 주십시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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