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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어제(7/27) 롯데 자이언츠의 자체 청백전이 진행되었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많이 연출되었습니다.
서준원 선수가 오랜만에 선발 등판하여 3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앤더슨 프랑코 선수도 오랜만의 피칭에 힘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2이닝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윤성빈 선수도 8회 등판하여 최고 구속 155km/h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구속을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공격적인 로케이션 설정을 하지 못하고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개인적으로는 답답했습니다.
타자들은 오랜만의 경기에 실전 감각을 찾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주찬, 이호연, 최종은 선수가 2안타로 멀티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이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마무리 투수' 나원탁 선수였습니다.
나원탁 선수는 2017년 삼성의 2차 2라운드 19순위로 지명됐으며, 지명 당시 포지션은 포수였습니다.
강한 어깨가 강점으로 꼽히던 포수 유망주로 입단 1년 만에 FA로 이적한 강민호 선수의 보상 선수로 롯데로 온 나원탁 선수는 끝내 포수로서의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습니다.
2018 시즌을 끝내고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나원탁 선수는 2020 시즌부터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장타툴을 살린 OPS형 타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었습니다.
(* 해당 내용은 연꾸님의 블로그와 꽃겨울 유튜브에서도 다루었으니 아래의 글과 영상을 참조 부탁드립니다.)
그랬던 나원탁 선수가 1차 청백전 9회 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2볼넷 무실점 세이브로 6대5 승리를 지켰습니다.
박현우 롯데 자이언츠 육성총괄의 해설에 따르면 "투타 겸업을 비밀리에 진행 중이었다."라고 합니다.
투타 겸업은 6월 초부터 진행 중이며, 오전에는 투수, 오후에는 야수 훈련을 병행하여 남들의 두 배 이상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포수 출신인 나균안 선수도 투수로 완전 전향하기 전까지 퓨처스에서 투타 겸업을 했던 것이 오버랩되며 '나나랜드'가 투수 콤비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포수로서의 능력은 몰라도 장타툴만큼은 눈여겨볼 선수였기 때문에 투수를 굳이 왜 겸업하는지 의문을 품는 팬들도 많을 것입니다만, 이날 보여준 투구 내용은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원탁 선수는 최고 구속 145km/h의 포심 패스트볼과 타이밍이 빠른 슬라이더, 그리고 롯데에 전수되고 있는 DD 포크볼까지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아... 안돼... 그 DD 포크볼만은 제발....)
박현우 육성총괄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최고 구속은 148km/h까지 기록한 바 있다고 합니다.
특히 볼넷을 2개 내주긴 했지만 존에서 크게 빠지는 공은 없었으며, 과감한 몸쪽 승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슬라이드 스탭을 시험해볼 수 있는 셋 포지션에서 특히 나원탁 선수의 강점이 드러났는데, 포수 출신답게 극단적으로 짧은 백 스윙과 빠른 타이밍으로 공을 던지면서 최고 143km/h의 공을 뿌리게 되어 타자가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욱이 셋 포지션에서는 레그킥을 거의 안 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타이밍 잡았다간 스윙도 못해볼 듯합니다.
이런 나원탁 선수의 셋 포지션은 제가 생각하기에 바람직한 투구 폼은 아닙니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상체만으로 공을 던지는 방식인데, 이는 앤더슨 프랑코 선수가 이미 실패한 전적을 톡톡히 보여주었기 때문에 타이밍이 조금 느려지더라도 이미 충분히 빠른 템포이기 때문에 하체를 보다 크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백 스윙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짧은 투수들은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쓸 필요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투수 전향도 아닌 투타 겸업이라면 피로도는 가중되기 때문에 더더욱 어깨와 팔꿈치 관리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나원탁 선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야수로 꾸준하게 시합 뛰고 있는데, 6월 초 쯤에 코칭스태프 분들과 프런트 분들하고 면담을 하자고 했고 저에게 투수를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어 보시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포지션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왜 투수일까’라고 생각했고 또 ‘버림 받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당시 심경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나도 이후에 야수로 경기를 뛰면서 생각을 했다. 포지션을 바꾼지 얼마 안돼서 수비력으로는 1군 문턱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수를 하게 되면 두 가지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한 경기라도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구단의 제의를 승낙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볼 때, 나원탁 선수의 투타 겸업은 어디까지나 1군 콜업을 보다 빠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치트 키'라고 할 수 있어 보입니다.
비록 한 경기밖에 볼 수 없었지만, 잠깐의 인상으로라도 나원탁 선수에게는 투수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원탁 선수의 가치는 타자로서 더욱 빛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원탁 선수는 이번 시즌 퓨처스 리그에서 54경기 타율 0.299(177타수 53안타) 6홈런 43타점 OPS 0.808를 기록하고 있으며, 타점은 남부 리그 2위에 해당할 정도입니다.
외야 전향을 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섣불리 1군 콜업이 어렵다고 판단이 될 경우 일단 투수로도 한번 올려본 다음 자리를 잡게 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1군에서 나원탁 선수를 보게 된다면 아마도 야수로서의 나원탁 선수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KBO에도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 이후로 투타 겸업을 하는 선수가 간만에 1군 무대에 나타나게 된다면 그 화제성은 엄청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균안 선수가 개명 전에 투타 겸업을 하던 시절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처럼 투타 겸업을 한다고 '덕타니'라고 불렸었는데, 나원탁 선수에게도 '탁타니'라는 별명이 붙고 있는 듯합니다.
나원탁 선수가 어느 포지션에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내길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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