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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Giants

"이번에는 다르다"? - 사직구장 재건축안, 공약公約은 또 공약空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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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라면 늘 간절히 원하지만 동시에 늘 신뢰할 수 없고 지긋지긋한 안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산광역시의 '신규 구장' 건축 공약인데요.

사직 야구장의 시설 낙후와 야구 경기장으로서의 적합성 부족, 롯데 구단의 홈 성적 부진 등 신규 구장이 필요한 이유는 무궁무진하며, 선거철이 될 때마다 모든 후보들이 신규 구장 건축을 공약으로 내세우곤 했습니다.

그리고 여지껏 단 한 차레도, 정말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안건이 상정이 된 적이 없습니다.

 

1985년 건축된 사직 야구장. 애초에 종합 운동장으로 지은 구장이라 야구 경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사직 야구장은 일본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모델로 해서 지은 구장으로, 1985년 10월에 완공되었으며, 1986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종합 운동장으로 설계하고 지은 구장이며, 실제로 초기에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고교 축구, 대학 미식축구 등의 경기가 실제로 간간히 개최되었습니다.

이마저도 초대 KBO 총재인 서종철 총재가 부산시에 압력을 가해 건립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니, 부산시가 얼마나 지역 체육 진흥 사업에 방관적이고 무책임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종합 운동장으로 쓸 때의 모습. 현재의 익사이팅 존을 밀어버리고 사이즈를 맞추는 식으로 변경하는 방식.

여튼 건축한 지 36년이 지난 구장이다보니 시설 낙후가 심각하며, 경기장 사이즈도 야구에 적합하지 않은데다 구장이 좁은 편이 아님에도 홈런 팩터가 높은 기형적인 형태로 변질되어 2010년대 초를 제외하고는 예로부터 전통적으로 홈런이 적은 롯데 구단에게는 오히려 손해인 홈 구장이었습니다.

허구연 MBC스포츠해설위원은 "구장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고, 오줌 냄새가 나는데도 부산시는 손 놓고 있다."라며 분개하기도 했는데요.

이미 롯데 그룹에서 여러 차례 자체 보수 공사 혹은 구장 리모델링 등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야구장은 지방 자치 단체의 소유로 되어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모기업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예산 책정해 투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북항 재개발 지역에 건설이 추진되었던 북향 야구장 조감도. 결국 이 자리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들어섰다.

롯데 팬들이 그나마 희망을 가져봤던 안건은 북항 재개발 지역에 건설 예정이었던 북항 야구장입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력한 추진 의사도 있었고, 해양수산부와의 협의 등도 이루어졌던 데다 이례적으로 롯데 구단에 부산시가 먼저 투자 제안을 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미국 SF필드처럼 바닷가에 들어서는 구장들도 해무와 갈매기 떼로 인한 경기 중단 사태가 빈번한 마당에 아예 바다 위에 인공섬을 조성해 구장을 세우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해당 부지는 애초의 계획대로 오페라 하우스가 들어서게 되었고, 사업을 추진하려던 오거돈 전 시장이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불미스럽게 사퇴하게 되자 북항 지역의 야구장 건설안은 아예 백지화되었습니다.

재보궐 선거 시즌 국민의힘 정당에서 제안한 사직 복함 돔구장 조성안.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살리고 사직 야구장을 철거 후 돔구장을 짓겠다는 안건이지만, 현실성 문제도 있거니와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오 전 시장의 사퇴 이후 치뤄진 재보궐 선거에서도 신규 야구장 건축안은 핵심 공약으로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모 후보는 이미 북항 야구장 계획이 폐기된 상황에서 뭣도 모르고 바다 위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깝쳤다가 나락을 가기도 했습니다.

가장 구체적인 안건이 나왔던 것은 국민의힘 이진복 예비 후보가 내세운 사직 복합 돔구장 조성안이었습니다.

총 25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사직 야구장 자리에 같은 2만 8천여 석 규모의 돔구장을 짓고, 일대를 복합 스포츠 및 문화 센터로 조성하겠다는 방안입니다.
사직야구장 철거 시 아마추어 야구장을 건설할 예정인 강서 지역에 대체구장 건립을 병행해 프로야구 경기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공약은 박형준 현 부산시장이 후보로 확정되면서 폐기되는 듯했으나, 박 시장이 일부 인수인계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부산시 체육진응과와의 갈등으로 결국 연고지 이전을 결정한 KT 소닉붐 구단. KT 농구단의 탈부산으로 부산시도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듯하다.

그러나 역시나였습니다. 민심을 생각하면 당선되자마자 1호 사업으로 추진했어야 할 신규 구장 안건은 이야기가 쏙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대형 사건이 하나 터지면서 약간의 전환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부산을 연고지로 둔 KT 소닉붐 농구단이 부산시 체육진흥과와의 갈등을 빚던 중 결국 KT 위즈 야구단이 있는 수원으로 연고지 이전을 결정한 것입니다.

2023년 6월부터 모든 구단은 연고지에 훈련장과 사무국 등을 둬야 하는 연고지 정착제를 따라야 하는데, 케이티는 이 과정에서 부산시와 훈련용 체육관 사용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고, 결국 협상에 실패했습니다.

이후 부산시는 스포츠 구단들에 대한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꼬우면 배째라"라는 식으로 버티면 알아서 구단들이 입을 다물었는데, 이젠 짐 싸서 이사를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스포츠 구단이 연고지를 버렸다는 것은 지방 자치 단체 체육진흥과에 있어서는 굉장한 수치입니다.

현재 부산시 측에서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라며 적극적으로 롯데 구단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작 좀 정상적인 행정 업무를 수행했으면 이런 수모와 치욕을 겪을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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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은 사직 구장 재건축을 하면서 임시 구장으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쓸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지붕 수리와 야구장으로의 리모델링 문제도 있으며, 축구계와의 협상도 필요한 상황.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에 출연하여 "사직 구장 자리에 신규 구장을 새로 짓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공사 기간 중에는 인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임시로 사용하면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왜 시장이라는 자가 시정에 관한 문제를 정식 언론도 아닌 황색 언론 짓을 일삼는 지라시 유튜브 채널에서 밝히는 지는 의문입니다만, 그런 문제는 일단 차치하겠습니다.

아시아드 주경기장 외에는 강서구 아마추어 야구장, 기장 현대차 드림볼파크, 울산 문수 야구장 등이 거론되지만 각각 1군 경기를 치르기 쉽지 않다는 문제와 홈 지역 팬들을 제대로 아우르기 어렵다는 문제 등이 있습니다.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축구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를 치르던 경기장이었지만 현재는 쓰임새를 찾기 어렵습니다.

아이파크는 2부 리그 강등 이후 구덕운동장으로 홈구장을 옮겼고,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A매치도 치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는 '비싼 잔디 화분'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놀고 있는 구장인데다, 기존 사직 구장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교통 측면에서도 최적의 장소이지만, 아시아드 주경기장도 대체 구장으로 쓰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해 태풍 마이삭의 여파로 지붕이 9장 뜯겨나간 상황이며, 현재는 축구+육상 트랙으로 조성돼있기 때문에 이를 야구장으로 개조하는 작업도 필요하며, 그 리모델링 예산이 추가로 100억 원 가량 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가능성은 극히 적은 이야기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아이파크 구단이 1부 리그로 승격될 경우 다시 홈 구장을 내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라는 점, 아이파크 구단의 승격이 아니더라도 A매치 개최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축구계와의 협상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장 구조상 특수한 지붕 구조 및 종합 운동장으로서의 사이즈 등을 고려하면 아시아드 주경기장 역시 야구장으로서 적합한 구장은 아니며, 사직 구장보다 오히려 홈팀 성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구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구장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디까지나 사업이 추진된다는 가정 하에 하는 이야기이지만 말입니다.

 

팬들이 그토록 꿈꾸던 개폐식 돔구장을 볼 수 있을까. 사진은 2018년 부산시가 추진했던 개폐식 돔구장의 원형인 마이애미 말린스 홈 구장.

이번 사직 구장 재건축 사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돔구장'이야기는 쏙 빠졌다는 것입니다.

구태여 언급을 안 한 것인지, 아니면 예산을 줄이기 위해 다시 개방형 구장을 짓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에 따라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한국 최초의 개폐식 돔구장 사업은 다시 물건너 가게 생겼습니다.

돔구장, 특히 개폐식 돔구장의 효용성은 그동안 체육계에서 수십 차례도 넘게 언급돼왔지만, 막상 사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나마 고척돔 사업 때 한국 최초의 돔구장 건축이라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갖고 기대했지만, 개폐식 돔구장 지을 예산으로 그냥 돔구장도 아니고 유사 돔구장을 지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정도로 결과물이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체육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개폐식 돔구장 사업의 추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현실은 요원해보입니다.

그나마 SSG 랜더스 구단의 청라 돔구장 사업에서 이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여론도 있는데, 사직 야구장에 대해 나왔던 이야기들이 모두 공허하고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더욱 롯데 팬으로서도, 야구인으로서도 슬픈 심정입니다.

여튼 제발 이번 사직 야구장 재건축 사업만큼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합니다.

어떻게든 삽이라도 강제로 뜨게 만들어야 돌이킬 수 없어서 강제로 이행하게 되는 형국으로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한편 한화 이글스의 새 구장인 베이스볼 드림파크(한밭종합운동장 재건축) 사업은 드디어 착공에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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