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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Giants

2021 시즌 롯데 자이언츠 투수 리포트 - '문어복어' 서준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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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여러분들은 롯데 자이언츠의 '아픈 손가락' 하면 누가 떠오르십니까?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만년 유망주' 윤성빈 선수일 것입니다.

윤성빈 선수에 대한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투자도 상당하였고, 팬들도 가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장막을 들추고 엿본 미래에서, 윤성빈 선수가 터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나는 장막을 들추고 미래를 엿보았지만, 거기엔 오직 '파멸' 뿐이었다."

사실.... 많은 팬들이 윤성빈 선수에 대해서는 거의 포기를 했습니다.

윤성빈 선수의 문제는 사실상 멘탈 문제 말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저도 투수 리포트로 다루지 않아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기술적으로 무언가 분석해내고, 첨언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유형의 투수가 또 하나 있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발문을 꺼내면 눈치 빠르신 분들은 포스트의 헤드라인과 연관이 있는 내용임을 아실 겁니다.

 

지난 1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1.2이닝 7실점으로 부진하고 강판 당한 서준원 선수. 동료들의 격려와 위로가 있었지만, 자신의 피칭 내용에 불만족스러웠는지 곧장 락커룸으로 향했다. (자료 제공: 엠비씨스포츠플러스)

제가 이번 포스트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과연 "우리의 '문어복어' 서준원 선수가 살아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부진으로 많은 롯데 팬분들의 속을 썩이고 있는 선수이기도 한데요.

분명 2020 시즌 초반에는 매서운 페이스로 승수를 쌓아갔지만, 10일간의 휴식기를 가진 이후 급격히 성적이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2021 시즌에는 ERA 7.36, WHIP 1.98 등 성작 하락 페이스를 겉잡을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2017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보여준 구속과 구위는... 이젠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사진 제공: 야구공작소, WBSC)

서준원 선수는 임경완-이재곤-심창민-한현희 선수의 뒤를 잇는 경남고 출신 1차지명 사이드암 투수 중 한 명입니다.

더욱이 2학년부터는 원태인-김기훈 선수와 함께 이른바 '서원김' 중 1대장으로 꼽히며 아마추어 야구 전문 매거진들의 평가에서 고교 랭킹 1위를 석권하기도 했으며, 150km/h를 쉬이 넘기는 구속을 뽐내며 '드디어 롯데에도 임창용 같은 투수가 터졌구나!'라며 큰 기대를 받던 몸이었습니다.

2017 U-18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도 2018 제12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는 국가 대표로 발탁되어 일본 야구 팬들에게서도 '제2의 임창용'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데뷔 첫 해, 그 희망이 현실이 되나 싶었습니다.

 

3년 차에 통산 12승 19패, 승패만 놓고 보면 나빠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클래식 기록의 맹점이다. (자료 제공: 스탯티즈)

비록 데뷔 첫 해인 2019 시즌 4승 11패를 기록, 단순 승수로만 놓고 봤을 때는 많이 부족했습니다만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서준원 선수였습니다.

올 시즌 김진욱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데뷔 첫 해에 선발을 맡으면서 부진했던 성적은 불펜 전환으로 어느 정도 안정감을 얻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2020 시즌 많은 준비를 통해 선발로의 복귀를 화려하게 알...릴 뻔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선발로의 전환은 왜 실패한 것인지, 정말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지, 혹은 그 외적인 문제를 찾아봐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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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드암이란?

이번 투수 리포트는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시작하겠습니다.

원래 투수 리포트의 첫 섹션은 해당 투수의 시즌 페이스와 통산 기록의 비교를 하는 시간이었지만, 아직 서준원 선수는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게 평가를 할래도 할 것도 그닥 없을 정도로 통산 출장 경기도 87경기에 불과한데, 저는 신인 투수라면 적어도  200경기, 이닝으로 치면 300이닝 이상은 봐야지 의미가 있는 기록의 축적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 신인 선수들의 투수 리포트를 가급적 안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준원 선수에 대한 분석에 앞서 먼저 사이드암 투수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을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오버핸드-스리쿼터 유형의 선수들은 메커니즘 분석이나 구종 구사 등에서도 일반론으로 파고들 수 있으나, 사이드암은 아예 전혀 다른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사이드암 불펜 투수인 대런 오데이 선수. 미국 야구에서는 사이드암 쓰로우가 가지는 불리점을 굳이 안고 갈 이유가 없다는 인식으로 인해 사이드암 투수를 동양 야구에서만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한국 사이드암 선수들이 국제전에서 어느 정도 선방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사이드암 쓰로우는 다들 아시다시피 던지는 팔의 반대 방향으로 허리를 수평하게 비틀면서 중심 이동에 따라 몸을 반전할 때 팔을 지면에 수평하게 뻗어 볼을 던지는 투구 폼이며, 별칭으로 옆구리 투수라고도 불립니다.

오버핸드-스리쿼터에 비해 볼끝의 횡적 변화를 강조할 수 있는 투구 폼이며, 내리꽂는 폼이 아니기 때문에 중력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구속이 느려지고, 이러한 불리점을 상쇄하기 위해 팔꿈치와 손목의 힘이 중요해지는 폼이기도 합니다.

또한 횡 방향 제구가 흐트러질 수 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히트 바이 피치가 필연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투구 폼이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중력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뻗어내리는 정상적인 던지기 동작 행위가 아니라 억지로 옆으로 회전을 주어 원심력을 얻어내는 동작이기 때문에 유연성과 하체의 탄성, 그리고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는 체형이 투구 밸런스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리점만 갖고 가는 듯한 사이드암 쓰로우를 실전에서 사용하는 이유는 궤적의 방향에서 오는 이점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버핸드나 스리쿼터와는 달리 대부분의 구질에 기본적으로 사이드 스핀이 들어가기 때문에, 구질의 횡 변화 회전과 궤적의 좌우 무브먼트 폭 차이가 중요한 폼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완 사이드암을 기준으로 우타자에게는 공이 한참 몸쪽, 뒷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국으로 날아오기 때문에 체감 구속이 빠르게 느껴지며, 특히 몸쪽 공에 대한 대처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현재 리그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KT 위즈의 고영표 선수이다.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 슬라이더와 커브, 그리고 그의 시그네쳐인 '체인지업'으로 리그를 주무르고 있다. (자료 제공: 엠스플뉴스, 스탯티즈)

이런 사이드암 쓰로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의 사이드암 투수들이 가져가는 피칭 디자인은 오버핸드-쓰리쿼터 유형과는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야 합니다.

대부분의 오버핸드-스리쿼터 투수들이 포심 패스트볼 외의 변형 패스트볼을 사용할 때는 투심 패스트볼이나 커터를 사용하기 마련입니다만, 사이드암 투수는 몸쪽으로 휘어지는 싱커를 사용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포심에도 사이드 스핀이 먹기 때문에 포심에도 약한 슬라이더성 무브먼트가 생기는 사이드암 피칭에서 싱커는 완급 조절과 몸쪽 공략에 아주 주요한 무기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바깥쪽 공략을 위한 유인구는 횡 슬라이더나 커브를 사용하게 되며(* 특히 '업슛'이라 불리는 위로 솟는 궤적의 브레이킹 볼로 이용합니다.), 우타자와의 승부에서 결정구로 사용하게 되는 피칭은 체인지업입니다.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를 사용하는 사이드암 투수들도 간혹 있습니다만 (ex- 심수창, 그리고 레이븐....?) 대부분의 경우 사이드암 투수들은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구사하여 몸쪽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싱커와 체인지업의 궤적 차이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제구해낼 수 있느냐가 사이드암 투수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코너워크 공략은 사이드 스핀을 기반으로 한 포심-투심-싱커 등으로 이루어지며, 유인구는 슬라이더나 커브, 그리고 결정구는 체인지업으로 갈 수 있는 계산이 서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이드암 투수로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2. 그렇다면 서준원은?

앞서 정리한 사이드암 투수의 특성들을 바탕으로 서준원 선수를 분석해본다면, 서준원 선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준원 선수가 만약 사이드암 투수들의 일반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면 많은 조정이 필요해질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를 기술적인 부분에서 찾기는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준원 선수의 구종 구사 비율. 2년 만에 많은 변화를 보였지만 효과는 보지 못하였다. (자료 제공: 스탯티즈)

서준원 선수는 크게 포심과 싱커, 슬라이더와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을 구사합니다.

이렇게 구종 구사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구속 저하' 문제 역시 평균 구속의 측면에서 놓고 봤을 때는 크게 문제가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데뷔 초보다 약간 감소하기는 했으나 오차 범위 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최고 구속'은 확실히 떨어진 상황이며, 구종 구사율 역시 변화를 주면서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서준원 선수는 유소년 국가대표 시절 153km/h까지의 최고 구속을 기록한 바 있으나, 2021 시즌은 4월 19일 연습 경기 이후로 150km/h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수가 항상 최고 구속을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사이드암 투수치고는 빠른 구속을 지녔습니다만, 꾸준히 평균 구속 언저리의 공만 던지게 되면 결국 눈에 익기 마련입니다.

이는 곧 사이드암 투수이자 선발 투수로서의 피칭 디자인의 핵심인 '완급 조절'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2021 시즌 서준원 선수는 싱커를 아예 봉인해버렸습니다.

서준원 선수는 일전에 "선발 등판할 때 싱커가 잘 들어가는지 우선 확인해 보고, 코너워크로 잘 안들어갈 경우 아예 던지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발언에 비추어 볼때 싱커를 봉인한 것은 곧 자신의 싱커에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0.1%로 집계된 싱커는 포심이 아예 잘못 집계된 공으로 추정되며, 서준원 선수가 어째서인지 싱커를 전혀 던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이드암 투수로서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너워크의 포심-싱커, 유인구로서의 슬라이더-커브, 위닝샷인 체인지업을 가져갔던 서준원 선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오버핸드에서 자주 보이는 포심-슬라이더-체인지업의 평범한 쓰리피치 투수로의 변모는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로서의 장점이 무색해지기 마련입니다.

 

완급 조절과 피칭 디자인에서의 손해는 곧 구종 가치의 하락과 유인구-결정구의 상실로 이어졌다. (자료 제공: 스탯티즈)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삼진 비율은 오히려 늘은 것. 그런데 볼넷 비율도 같이 늘었고, 인플레이 타구는 전혀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자료 제공: 스탯티즈)

결국 서준원 선수의 공은 타자들의 눈에 아주 익어있는 상태입니다.

거의 던지지 않는 커브를 제외한 모든 구종 가치가 마이너스인 상태이며, 특히 아웃존의 컨택률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인구와 결정구에서 헛스윙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가져간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 와중에 신기하게도 삼진 비율은 늘었습니다만, 볼넷 비율은 훨씬 더 많이 늘었습니다.

결국 유인구도 위닝샷도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벗어나는 공은 타자가 커트해버리거나 아예 참아버리면 그만인 셈입니다.

가뜩이나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고 있는 현재의 KBO리그 상황에서 이런 신호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구나 사이드암 투수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땅볼 유도가 서준원 선수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 서준원 선수의 BABIP이 무려 0.381씩이나 되는 상황입니다.

여타 투수라면 운이 참 지독하게 없었네 싶기도 하겠지만, 서준원 선수의 피OPS가 0.922, WHIP가 1.98씩이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히 운이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땅볼 비율이 높은데 왜 BABIP이 높은지는 일반론으로 적용하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는 다시 앞서 말한 구종 구사율의 문제로 돌아가게 됩니다.

사이드암이니 당연히 땅볼은 유도가 됩니다만, 완급 조절 없이 정직하게 쓰리피치로 던져버릇하니 정타가 되어 바운드가 크게 튈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싱커의 재장착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합니다.

 

2021 시즌 서준원 선수의 위치별 구종 구사율과 피OPS. 문제가 명확하다. (자료 제공: 스탯티즈)

결정적으로 2021 시즌의 서준원 선수는 각 구종을 필요한 곳에 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노란색으로 표시한 곳들은 사이드암 투수가 각 구종을 구사할 때 넣어선 안될 구역들이고, 그 결과가 오른쪽 피OPS로 버젓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유인구로서의 백도어 슬라이더는 아주 치기 좋은 공이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이것이 종슬라이더라면 상관이 없습니다만 사이드암 투수의 공은 횡 무브먼트가 많기 때문에 마치 자기가 박세웅 선수급 종슬라이더를 가진 것마냥 이렇게 던져버리면 밀어치는 타격 면적이 넓어지게 되어 아주 맛있게 장타로 먹혀들게 됩니다.

체인지업의 경우도 존에 넣기보다는 확실하게 몸쪽이나 아랫쪽 아웃존에 공 반 개에서 한 개 사이로 빼야하며, 그렇게 먹혀든 공들은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지만, 존에 몰리는 공이 많아지면서 여지없이 난타당합니다.

게다가 이 선수, 사이드암 투수인데 왜 이렇게 하이존 구사율이 높은 걸까요?

오버핸드나 쓰리쿼터와는 달리 사이드암에게 하이존을 구사할 명분은 업슛 변화구 뿐인데, 그런 변화구는 쓰지도 않는 서준원 선수가 하이존 구사 비율이 제법 높게 나온다는 것은 빠지는 공이나 몰리는 공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봤습니다만....

 

Before & After... (사진 제공: WBSC, 스포츠코리아)

Aㅏ....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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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쟁자들을 보고 배워야

서준원 선수는 기존의 사이드암 투수들과는 달리 강속구를 가진 재능 있는 사이드암 투수였기에 고교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해서는 더이상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현재 롯데는 더이상 서준원을 마냥 기다려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천명하듯, 지난 7월 오윤석 선수와 김준태 선수를 내주는 대신 KT 위즈 구단으로부터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 이강준 선수를 영입해왔습니다.

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현재 1군 출전조차 못하고 있는 오현택 선수의 자리를 메울 세대 교체 자원으로 해석이 가능하며, 다른 하나는 바로 서준원 선수의 경쟁 자극제로서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는 이미 정우준 선수가 있기 때문에 저의 해석은 후자 쪽입니다. 

2019년 WBSC U-18 대회에서부터 보여준 잠재력은 롯데 이적 후 충분히 드러날 수 있어보인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이강준 선수 SNS)

하지만 이강준 선수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2020년 데뷔한 신인이자, 이제 겨우 1군 통산 12.2이닝을 소화한 선수이기 때문에 아직 왈가왈부를 논하기에는 너무 스몰 샘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강준 선수가 보다 성장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여 서준원 선수와의 경쟁을 도모할 것인지를 살펴볼 '롤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무 제대 후 완벽한 사이드암 요원으로 돌아온 KT 엄상백 선수. 선발이든 불펜이든 맡겨만 주면 알아서 다 막아드리고 있는 중이다. (사진 제공: 스포츠조선)

바로 이강준 선수의 친정팀인 KT 위즈에서 맹활약 중인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 엄상백 선수입니다.

사실 롯데가 엄상백 선수를 욕심냈으나 KT 구단에서 무조건 가용 요원이기에 트레이드 불가라고 선언하자 차선책으로 리틀 엄상백이라 할 수 있는 이강준 선수의 가능성을 보고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사실 엄상백 선수 역시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아닙니다만, 상무 제대 후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비록 규정 이닝을 채울 수는 없는 형편이지만 사실상 커리어 하이를 찍는 중 (자료 제공: 스탯티즈)

현재까지 엄상백 선수는 7경기 중 6경기를 선발 출장해 3승 무패, ERA 3.79, WHIP 1.37이라는 매우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을 함께 했다면 아마 2017 시즌의 1승 3패 8홀드 ERA 4.15를 뛰어넘어 공식 커리어 하이 기록을 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엄상백 선수의 구속은 서준원 선수와는 달리 프로 데뷔 후 지속적으로 상향세를 타고 있는 상황. (자료 제공: 스탯티즈)

엄상백 선수 역시 여타 사이드암 투수들처럼 포심-싱커-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의 피칭 디자인을 가져갑니다.

이번 시즌은 적은 경기를 소화한데다 구속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히 붙은 덕인지 포심의 구사율을 확연히 높이고 싱커를 아직까지 던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장기 레이스로 가게 되거나, 포스트 시즌까지 감안한다면 다시 싱커의 장착을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위닝샷인 체인지업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도 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전형적인 사이드암 투수의 피칭 디자인에 자신의 빠른 구속이 더해지니 효과가 배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투만 아니면 맞아나가질 않는다는 점은 확실하게 코너워크와 유인구, 위닝샷들이 각각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료 제공: 스탯티즈)

엄상백 선수도 사실 서준원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피칭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준원 선수는 실투의 비율이 제대로 먹힌 공보다 많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반해 엄상백 선수는 실투의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선수입니다.

그리고 서준원 선수는 실투가 아닌 공 역시 맞아나가는 반면 엄상백 선수는 코너워크, 유인구, 위닝샷이 각각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에 피OPS가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엄상백 선수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을 뿌릴 수 있고,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충분한 수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원하는 대로 공을 뿌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고영표, 엄상백, 이강준으로 이어지는 KT 출신 사이드암 투수들의 성공 비결은 그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그리고 그들의 롤모델인 이강철 감독 또한 현역 시절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자. (사진 제공: 스포츠조선)

고영표-엄상백-이강준으로 이어지는 KT 출신 사이드암 투수들의 계보를 보면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팔꿈치와 손목의 활용, 특유의 유연성, 넓은 익스텐션과 탄탄한 하체 딜리버리, 그리고 허리에 실리는 하중이 최소화되는 호리호리한 체형이라는 점입니다.

위 세 선수의 롤 모델이자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이강철 감독 역시 현역 시절 그들과 유사한 신체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사이드암 투수의 밸런스는 결국 이 모든 것의 집합에서 비롯됩니다.

만약 이런 외형적 조건이 무너지게 된다면 밸런스를 다시 잡는 것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준원 선수의 선배들이라 할 수 있는 경남고 출신 1차지명 사이드암 투수들 중 임경완 코치, 심창민 선수, 한현희 선수 등이 신체 조건의 변화로 인한 밸런스 붕괴로 상당한 애로사항을 겪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준원 선수가 근래 들어 자신의 등판 성적에 불만이 매우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서준원 선수가 좋았을 때의 폼을 서둘러 되찾을 필요가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간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노력하는 범재들을 이겨왔을지도 모르고, 그때의 기억과 영광에 취해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입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노력하는 천재'들만 살아남는 세계입니다.

아니, 노력하는 천재들조차도 시운을 타지 못하면 꽃펴보지 못하고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서준원 선수는 시운과 재능만큼은 타고난 선수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하나 뿐일 것입니다.

 

서준원 선수, 그 5년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자료 제공: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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