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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정체된 듯한 스토브리그가 갑자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LG 트윈스 구단 외야수 박해민 선수를 4년 최대 60억에 영입했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NC 다이노스 구단이 외야수 박건우 선수를 6년 최대 100억에 영입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SSG 랜더스 구단은 2021 시즌 팔꿈치 수술로 불의의 휴식기를 가지게 된 선발 투수 박종훈 선수와 문승원 선수에게 각각 5년 65억과 5년 55억의 다년 연장 계약을 발표하였습니다.
박종훈 선수와 문승원 선수의 계약은 KBO리그 최초의 비FA 다년 계약으로,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게 되는 두 선수에게 일종의 보상 차원 및 확실하게 전력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한편 기아 타이거즈 구단에서도 의외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만 계약 성사의 소식이 아니라 협상 결렬이라는 점이 더욱 의외였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귀국한 양현종 선수와 총 4차례의 협상을 가진 기아 구단이었으나, 선수 입장에서 보장 금액보다 옵션이 과도하게 많이 책정되어 '섭섭하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는 후문입니다.
나성범 선수에게 6+2년 150억 가량의 거액 계약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기아 구단에서 정작 프렌차이즈 스타인데다 다른 구단으로부터의 연락도 받지 않은 채 긍정적으로 협상에 임했던 양현종 선수에게는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접근하다 변을 당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양현종 선수의 협상 결렬은 FA 시장의 생각지 못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롯데 자이언츠 구단 팬들 사이에서 양현종 선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현종 선수가 동성고 시절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고 싶어했다는 점이 또 도화선이 되어 온갖 합성 사진이 등장하고 행복회로가 오버클럭되는 상황입니다.
반면에 양현종 선수 영입에 참전하는 게 무모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FA 최대어 중 하나로 급부상한 양현종 선수에 대해 롯데 자이언츠는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할지, 또한 나아가 FA 시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여전히 매력적인 이닝 이터 에이스
베테랑 선발 투수인 양현종 선수의 가장 높은 가치는 놀라운 수준의 이닝 이팅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양현종 선수는 2014~2020 시즌 7년 연속 170이닝 이상, 평균 185.2이닝을 소화하는 놀라운 내구성을 보였습니다.
비록 200이닝을 소화한 2016시즌과 그간의 과부하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인 2020시즌에 약간 쳐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만 끝내 10승 이상과 리그 평균 이상은 꾸준히 상회하는 자책점 및 WAR을 기록해준 것이 인상적입니다.
2022 시즌 34세가 되는 양현종 선수이기에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이닝을 소화해줄 것이라고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만,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던 2020 시즌의 페이스만큼만 보여줘도 이닝 이터라 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는 롯데의 선발진에 큰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현종 선수는 자신의 포심 패스트볼에 상당한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 선수이며, 이는 탈삼진 능력과 적은 볼넷에서 드러납니다.
양현종 선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런 빠른 템포의 공격적 피칭 디자인을 지닌 선수이기 떄문입니다.
반면 양현종 선수의 통산 BABIP은 0.314로 제법 높은 편인데, 공격적으로 나가다보니 간혹 '큰 것 한방'을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피OPS가 높지 않은 것은 결국 얻어 맞는 것 정도는 삼진으로 메워낼 수 있다는 에이스의 관록이 드러나는 면모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양현종 선수의 공격적인 피칭 디자인은 타구 비율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양현종 선수는 2014년 본격적으로 에이스로 활약하기 시작한 이래로 집계된 타구 비율을 분석하면 외야로 가는 타구의 비율이 더 높았으며, 땅볼 대비 뜬공 아웃이 훨씬 많은 선수였습니다.
양현종 선수가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이런 피칭 디자인과 타구 비율에서 기인했을 것인데, 기존의 사직구장이라면 양현종 선수에게 불리한 곳이었지만, 잠실구장 수준으로 파크팩터가 줄어드는 네오-사직구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양현종 선수의 공격적인 피칭 디자인, 특히 60% 가량의 높은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은 그간 자신의 구속에 자신감이 강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2020 시즌 종료 후 양현종 선수가 KBS스포츠 '옐로우카드3'에서 "구속에 자신감이 떨어질 때까지는 손장난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고 싶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양현종 선수의 포심 평균 구속은 약 144km/h대에 형성되어 있으며, 최고 구속은 150km/h를 넘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변화구로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각각 15~20%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3피치 디자인을 가져갔습니다.
제가 양현종 선수가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약간의 평가절하를 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단순한 구종 구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양현종 선수는 2021 시즌 미국에 진출하면서 손혁 코디네이터와 함께 많은 연구를 하였고, 특히 커브의 구사율을 대폭 높이면서 재미를 보았습니다.
또한 자신도 이제 구속이 하락하게 되는 시점임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투심 패스트볼과 커터 등의 변형 패스트볼까지 추가하여 더욱 다양한 레퍼토리로 KBO를 다시금 호령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2. 노코멘트? 오버페이 NO? 비상 사태에는 예외도 있는 법
정작 저는 KBO 시절 양현종 선수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적이 없습니다만, (* 특히 2015 시즌 커리어 하이 성적에 운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합니다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보는 시각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현종 선수 영입 참전이 꼭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는 반면,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 특히 저희 꽃겨울 사장님이 그리 말씀하십니다....ㅋㅋㅋ)
양현종 선수의 2020시즌 연봉은 23억 원이었습니다.
비록 미국행을 하며 최대 185만 달러의 스플릿 계약으로 갔습니다만, 국내 복귀 시에는 해외 진출 직전 연봉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책정합니다.
양현종 선수는 2017년 1년 22억5천만 원 계약 이후 두 번째 맞이하는 FA이기 때문에 B등급으로 책정되며, 외부 구단에서 영입할 경우 23억 원 + 25인 로스터 외의 보상 선수 1인 지급 혹은 46억 원의 보상금 지급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선수의 자유로운 구단 이동에 발목을 잡을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보상금으로 인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FA 매물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롯데의 선발 마운드를 보고도 이런 반응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21 시즌 롯데 선발진 중에 150 이닝을 소화하며 로테이션을 제대로 돈 선수는 댄 스트레일리, 앤더슨 프랑코, 그리고 박세웅 선수 뿐입니다.
1~3선발이 이 정도 이닝 먹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 싶겠지만, 스트레일리 선수와 프랑코 선수가 기대치보다 10~20이닝 가량을 덜 소화해준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 선수를 제외하고는 선발 투수들이 100이닝도 채 소화하지 못했으며, 이닝 소화력에서 4위가 마무리인 김원중 선수, 5위가 필승조인 구승민 선수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스트레일리 선수와의 재계약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영입이 거의 확실시 되는 글렌 스파크먼 선수 역시 내구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선수이다보니 이닝 소화에서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박세웅 선수 홀로 외로운 에이스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닝 소화력이 높은 에이스의 영입이라는 큰 결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양현종 선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 중에는 보상금을 과감하게 지급한다 하더라도 곧 에이징 커브를 맞이할 선수가 100억 이상의 가치를 해줄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습니다.
차라리 양현종 선수 영입을 위해 지급할 보상금이면 백정현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커리어를 보여준 양현종 선수가 보일 에이징 커브와, 한 시즌 반짝하고 한 살 더 많은 백정현 선수가 보일 에이징 커브의 수준은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 백정현 선수에 대한 평가는 상기 첨부 칼럼을 참조 부탁드립니다.)
성민규 단장 체제의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스토브리그에서 강조하는 기조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라는 점이며, 과열된 시장에서 무리한 베팅을 하기보다는 매물이 쏟아지는 2022년 겨울을 노리겠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바로 박종훈-문승원 선수를 필두로 포문을 연 FA 미자격 선수의 다년 계약 보장이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선발 투수의 유출은 팀 전력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다수의 구단에서 앞으로 팀에서 에이스 투수들을 상대로 FA 신청을 하기 이전에 긴 계약 기간과 높은 보장 금액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FA 시장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줄 선발 투수를 공수해오기란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봐야겠습니다.
따라서 현재 양현종 선수의 거취가 사실상 마지막 에이스 FA 영입 전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양현종 선수의 영입으로 만약 내부 FA 선수 중 하나 이상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이 놓친 기회는 다른 사람이 잡는다."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등의 격언을 이번 FA 시장에서도 좀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간 롯데는 FA 시장에서 재미를 너무 보지 못한 구단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민병헌 선수가 불의의 병환으로 갑작스럽게 은퇴하면서 또 하나의 FA의 실패 사례가 추가되었기에 거액 FA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내부에서 생기는 전력 손실은 코치진 개편 정도만으로 보완되기 어렵습니다.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8위에 머문 이유 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것은 투수진의 성적이 리그 최하위권이었기 떄문입니다.
박세웅-김원중-최준용 등의 젊은 국내 투수들이 일부 활약해주었지만, 딱 그뿐이었습니다.
영건 선발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준원-이승헌 선수 등이 부진했고, 김진욱-송재영 선수는 아직 선발 투수로서 풀타임을 뛰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정도로 망가진 투수진은 내부 훈련 정도로 보완될 수 없으며, 솔직히 계약했다고 하는 외국인 투수마저 못 미더운 상황에서 위기에 빠진 선발진을 구원할 단 하나의 희망 정도는 과감하게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능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만약 보상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사인 앤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확실한 점은 롯데 선발 투수진의 상황은 그저 손 놓고 방관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는 것, 다시금 강조드립니다.
P.S. 마지막으로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대표 구절을 인용해보겠습니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양현종 선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아름다운 도전을 통해 이미 자신의 한계를 한번 더 깨부수고 성장했으리라 믿습니다.
KBO가 양현종 선수의 알 껍데기였다면, 빅리그 무대는 그의 압락사스였으리라 믿습니다.
양현종 선수의 복귀를 응원하며, 가능하다면 고교 시절 입고 싶어했던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되길 소망합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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