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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허구연 총재의 체재 하에 KBO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만 해도 AI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과 강제성은 없다지만 피치 클락의 도입 시도를 하는 등 여러 변화를 꾀하며 리그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2024년 착공, 2026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진행 중인 KBO 명예의 전당 야구 박물관 역시 허구연 총재의 적극적인 의사 타진 하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KBO 명예의 전당 건물은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기장-현대차 드림 볼파크 부지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허구연 총재의 임기 이전에도 명예의 전당 운영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탁상 행정으로 그저 지지부진하며 십수 년 째 삽도 뜨지 못하는 실정이었습니다.
2020년 10월에는 당시 기장 군수였던 오규석 군수가 말만 앞서고 계획의 실천을 미루고 있는 KBO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KBO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상황이 좋지 않은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기장군에서 운영비 전액을 부담하기로 결정한 뒤에야 계획이 추진되었고, 부산시 의회에서 협의안이 통과된 이후로는 부산 출신의 야구인인 허구연 총재의 부임까지 겹쳐 급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허구연 총재의 연임이 결정된 상황이다보니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 계획인 2026년 개관은 미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건립 자체는 이제 거진 확정이 되었으니, 다음 문제는 어떤 선수들을 헌액하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까진 헌액 선수에 대한 조건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MLB나 NPB 모두 시행하고 있는 '은퇴 후 5년 이상이 지난 선수'라는 조건과 '기자단 투표'라는 조건은 KBO에서도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명예의 전당 헌액의 밑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KBO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 선정에 뽑힌 선수들을 기준으로 하여 앞으로도 그 기준에 부합하는 선수들을 후보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실제 헌액 사업이 추진되면 이 명단보다는 좀 기준이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레전드 40인의 기준은 너무 높기 때문에 이정도 기준치를 충족해야만 헌액된다면, 추후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수가 생깁니다.
그리고 명단을 쭉 보면 느껴지시겠지만, 아무래도 근래의 선수들보다는 80~90년대를 빛낸 선수들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헌액 사업 초기에는 아무래도 리그 전반 20년에 걸친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각 구단의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서 레전드라 칭하는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될지 기대와 궁금증을 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역시 롯데 선수들이 얼마나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에야 롯데가 무시당하는 팀이지만.... 90년대에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던 팀이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러다 문득, 저는 원년 구단의 선수들에게도 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롯데 레전드라고 하면 더 말을 꺼낼 필요도 없는 최동원 선수와 구단 유일의 신인왕 염종석 선수, 그 외에는 최다 완투 기록의 보유자인 윤학길 선수, 40인 명단에도 들어있는 박정태 선수 등을 떠올리기 마련일 겁니다.
이런 전당 헌액이 사실상 확정인 선수들은 제가 굳이 꺼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이렇게 당연하게 입에 오르내리는 선수들 외에도, 원년부터 지금까지 구단의 역사를 통틀어 큰 기여를 했음에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적어도 명예의 전당에서만큼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크게 자리한 선수는, 롯데의 원년 에이스 자리를 홀로 외로이 지켰던, 노상수 선수입니다.
흔히 롯데의 원년 에이스를 최동원 선수로 생각하시고는 하는데, 사실 최동원 선수는 창단 멤버가 아니라 1983년 프로 리그에 데뷔하였습니다.
실업야구 롯데 자이언트에는 소속이 되어 있었으나, 1981년 시즌을 끝마치고 한국전력공사로 이적하여 1982 시즌 또한 실업리그에서 치렀는데, 그 이유는 1982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의 참가 자격이 아마추어 리그 소속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단 선발 투수로서 갖는 대부분의 최초 기록은 최동원 선수가 아니라 원년 에이스인 노상수 선수가 갖게 됩니다.
부산상고와 고려대를 거쳐 농협 야구단에서 뛰던 노상수 선수는 프로야구 출범에 맞춰 고향 팀인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하여 프로 리그에 데뷔합니다.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당시에도 희귀했던 우완 언더핸드 스로를 구사하는 노상수 선수는 무리가 가는 폼을 구사함에도 데뷔 시즌에 44경기 232.1이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등판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리고 구단 내 최다승인 14승, 리그 최다인 141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역으로 리그 최다패인 19패 역시 기록하는 불명예 또한 안아야 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당시 6개 구단으로 이루어진 KBO리그에서 1982년 전후기 리그 합산 5위, 1983년 전후기 리그 합산 6위를 기록할 정도로 약체 팀이었기에, 에이스 홀로 마운드를 책임져야만 하는 너무도 가혹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노상수 선수는 최동원 선수가 데뷔하면서 에이스 자리를 1시즌 만에 넘겨주게 되고, 1983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게 됩니다.
참으로 얄궂게도 군 복무를 하게 된 첫 해에 바로 롯데가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게 된 것을 생각하면 애달픕니다.
의미 없는 게 가정이라지만, 최동원 선수의 한국시리즈 5경기 등판 4승1패라는 기록 외에도, 이를 뒷받침 해야했던 임호균 선수의 패전 등판 일정까지 고려하면, 노상수 선수가 84년 시즌에 있었더라면 두 선수의 가혹한 등판 일정을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욱이 당시 30개월의 현역 복무는 가뜩이나 선수 생명이 짧던 80년대 리그에서 노상수 선수에게는 실전 감각이 완전히 떨어지는, 선수로서의 사형 선고를 받는 기간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국제 대회 성적으로 병역 특례를 받을 수도 없었고, 상무를 비롯한 대체 병역 복무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니 어쩌겠습니까만... 결국 1986년 복귀한 노상수 선수는 원년 에이스라는 별칭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맙니다.
같은 해에 최동원 선수는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 씁쓸한 부분입니다.
결국 노상수 선수는 재기하지 못한 채 1991년 1경기 등판을 끝으로 은퇴를 합니다.
얄궂게도 은퇴한 바로 다음 해에 롯데가 통산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지독하게도 천운을 받지 못한 선수였습니다.
이름 | 시즌 | 출장 | 이닝 | 승 | 패 | 세이브 | 홀드 | ERA | 피안타 | 피홈런 | 볼넷 | 사구 | 탈삼진 | WHIP | WAR |
노상수 | 8 | 176 | 691 | 35 | 46 | 12 | - | 4.14 | 733 | 62 | 201 | 40 | 315 | 1.35 | 10.26 |
정민태 | 15 | 290 | 1831 | 124 | 96 | 3 | - | 3.48 | 1779 | 158 | 491 | 39 | 1278 | 1.24 | 45.29 |
정민철 | 16 | 393 | 2394.2 | 161 | 128 | 10 | - | 3.51 | 2194 | 215 | 655 | 94 | 1661 | 1.19 | 59.71 |
이상훈 | 8 | 308 | 909.2 | 71 | 40 | 98 | 1 | 2.56 | 651 | 59 | 302 | 23 | 781 | 1.05 | 28.47 |
이강철 | 16 | 602 | 2204.2 | 152 | 112 | 53 | 33 | 3.29 | 1771 | 218 | 797 | 189 | 1749 | 1.17 | 50.01 |
조계현 | 13 | 320 | 1823.1 | 126 | 92 | 17 | - | 3.17 | 1572 | 113 | 605 | 79 | 1100 | 1.19 | 45.04 |
김용수 | 16 | 613 | 1831.1 | 129 | 89 | 227 | 1 | 2.98 | 1672 | 86 | 498 | 61 | 1146 | 1.19 | 58.02 |
구대성 | 13 | 569 | 1128.2 | 67 | 71 | 214 | 18 | 2.85 | 855 | 87 | 415 | 57 | 1221 | 1.13 | 41.93 |
여하튼 제 바람과는 달리 노상수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시대와 팀을 잘못 타고난 선수라고 하더라도, 꾸준한 성적을 보여준 선수가 아님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선수들도 핑계 없는 무덤은 없지 않겠습니까?
레전드 40인에 꼽힌 선수들 중에 그나마, 정말 염치없게 얼굴에 철판 깔고, 통산 시즌 수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갔다는 점 정도만 공통점이 있는 수준에 그칠 뿐이지만서도, 어쨌든 그나마 이상훈 선수 정도가 비교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이상훈 선수와 비교하고도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레전드 40인은 위에서 제가 언급한 바와 같이 엄청나게 커트라인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WAR 10.26으로는 명예의 전당 헌액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상훈 선수를 제외하면 레전드 40인 선수들은 거진 10시즌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만 선정이 됐는데, 이는 MLB 명예의 전당에서도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바입니다.
아마 특별한 언급이 있지 않는 한 KBO 명예의 전당 역시 10시즌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기에 이상훈 선수라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8시즌 소화한 노상수 선수는 가능성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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