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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KBO

레이븐의 KBO 칼럼: '투승타타'? - 투수의 승리, 정말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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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PC 환경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있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가급적 PC에서 조회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최근 스포츠 뉴스 기사들을 보다가 눈에 들어온 선수가 있었는데요, 바로 두산 베어스의 최원준 선수입니다.
최원준 선수는 이번 2021 시즌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주며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어제(7/6) 잠실구장에서 열린 홈 NC전에 선발 등판해 4.1이닝 8피안타 3피홈런 2볼넷 2사구 3삼진 6실점 5자책점을 기록하며 첫 패전을 떠안았습니다.
최원준 선수가 최근 보여준 행보와는 많이 달라서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 최원준 선수에게 유독 득점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득점지원이 2점대…토종 에이스 최원준의 험난한 8승 사냥

[스포츠경향] 두산 최원준. 연합뉴스두산의 토종 에이스 최원준(27)이 첫 패전을 떠안으면서 14경기째 이어가던 무패 행진이 끝났다. 잘 던지고도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3주째 7승에 머무르던 최

sports.news.naver.com

리그 상위권 투수들이 적어도 4~5점가량의 득점 지원은 꾸준히 받고 있는데 반해, 최원준 선수는 시즌 3.73의 득점 지원을 받고 있으며, 특히 노 디시전이나 패전으로 끝난 날의 득점 지원은 2.67에 불과했습니다.
즉 최원준 선수는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해도 승리를 기록할 확률이 매우 낮았다는 의미입니다.
제아무리 압도적인 피칭으로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던 최원준 선수라고 해도 득점 지원이 이렇게 적어지면 결국 6일 경기처럼 한번 컨디션이 무너질 때 흔히 말하는 '꾸역투'를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최악의 득점 지원을 받고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린 댄 스트레일리 선수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편 잘 던져놓고도 득점 지원이 없어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선수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구단이 있는데요, 바로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9년 브룩스 레일리 선수에 이어, 2020년 댄 스트레일리 선수까지 득점 지원을 지나치게 적게 받으며 '불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레일리 선수는 흔히 이런 선수들에게 팬들이 농담 반 위로 반 차원에서 선정하는 '윤석민 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롯데 팬들은 레일리의 뒤를 이어 피칭 내용에 비해 승리 기록이 적은 스트레일리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등록명에 '레일리'가 들어가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등록명을 '댄'으로 바꾸자."라는 블랙 코미디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득점지원 1.25점' 롯데 스트레일리에게 레일리가 보인다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레일리'라는 이름이 닮아서일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32)의 불운이 끝날 줄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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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에서도 다룰 정도로 심각했던 스트레일리 선수의 2020 시즌 초 7경기의 득점 지원은 1.79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스퍼트를 올리며 5.64까지 올라간 스트레일리 선수의 득점 지원을 고려하면, 5~6월 동안 손해를 본 득점 지원이 매우 뼈아팠습니다.
혹자들은 25승까지도 가능한 투수였다고 하는데, 평균 득점 지원의 변화 추이를 감안하면 처음부터 후반기 수준의 득점 지원을 받았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왕왕 발생하다보니 전 세계적으로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투수의 승리 기록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끝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유독 한국 야구에서는 올드스쿨 야구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탓이지 소위 '투승타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투수는 승리, 타자는 타점 혹은 타율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대 야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특히 야구를 객관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풀어나가야 할 해설위원들 중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11시즌 통산 99승의 유희관 선수가 12시즌 통산 77승의 윤석민 선수보다 훌륭한 선수라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이 말에 동의할 팬들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승리 기록도 많고 패전 기록도 적은 유희관 선수, 과연 윤석민 선수보다 훌륭한 선수일까? (자료 제공: 스탯티즈)

물론 윤석민 선수는 중간 계투로 보직 전환을 강요당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희관 선수와 온전히 비교하기에 좋은 대상은 아닙니다만, 투승타타론자들에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투수에게 중요한 것은 ERA, FIP, WHIP 등의 비율 스탯이 아닌, 오로지 '이기면 장땡'이기 때문입니다.
피칭 내용이나 실점, 주자를 내보낸 정도가 어떻든 그냥 승리만 올려주면 좋은 투수인 것입니다.
이런 평가는 구원 투수에게도 크게 다르게 적용되지 않는데, 구원 투수가 아무리 주자를 내보내거나 실점을 해도 어떻게든 홀드나 세이브를 기록하면 그만이라는 식입니다.
구원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것'과 '승계 주자를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그분들에겐 별로 중요한 가치가 아닙니다.
투수를 해본 입장에서는 정말 이보다 불합리한 대우와 처사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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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현대 야구의 화두로 떠오른 세이버메트릭스에서는 투수의 승리를 거의 가치 없는 지표로 취급합니다.
단 선발 투수의 승리는 아주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정도는 아닌데, 선발 투수가 승리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5이닝 이상을 무조건 버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투수의 피칭 내용이 훌륭했는지의 여부는 전혀 담아낼 수 없는 지표이기에, 투수의 승리는 세이버메트릭스에서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로 쓰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이버메트리션들은 투수의 가치를 평가할 때 WAR(승리 기여도), FIP(수비 무관 평균 자책점), WHIP(이닝당 내보낸 주자의 수), RA9(9이닝당 실점), QS 이상 기록 경기 수, 게임 스코어 등의 수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 중 선발 투수의 당일 등판 경기를 평가하기 가장 좋은 지표는 게임 스코어이며,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 기본 점수 50점, 선발 투수가 한 게임에서 거둔 기록에 다음과 같이 점수를 가감하여 계산
  • 감점 요인
    자책 1실점당 -4점
    비자책 1실점당 -2점
    피안타 1개당 -2점
    4사구 1개당 -1점
  • 가산점 요인
    아웃카운트 1개당 +1점
    5회부터 이닝을 마감할 때마다 +2점
    (ex) 5회를 마감하고 강판한 경우와 6회에 올라왔으나 6회를 마감하지 못하고 강판한 경우, 둘 다 5회만 마친 것이 되므로 둘 다 2점
    탈삼진 1개당 +1점

게임 스코어는 표준점수의 개념을 활용한 수치이기 때문에 QS 기록보다도 공정하고, 직관적으로 선발 투수의 경기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렇듯 세이버메트리션들은 보다 정확하고, 직관적이며, 객관적인 기록들을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아직도 투수는 무조건 승리가 중요하다는 식의 여론은, 너무 무의미하고 이해도가 떨어지는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투수의 승리 기록은 더 이상 큰 의미를 가져선 안 됩니다.
투수의 승리가 가진 가치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정도밖에 없습니다.
승리 투수 기록이 불합리하다는 내용은 계속 말씀드렸습니다만, 한번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승패는 투수 혼자서 기록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닙니다.
일전에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을 하면서 투수가 잘하면 아무리 못해도 비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제아무리 투수 혼자 완벽투를 해도 혼자서는 그저 비기는 데 그칠 뿐입니다.
승리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타선이 투수가 잃은 점수보다 더 많은 점수를 딴 상태에서 경기를 끝내는 것이 최소 요건입니다.
따라서 투수가 대량 실점을 했는데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이는 투수가 잘한 것이 아니라 타자들이 잘 한 것입니다.
그리고 투수가 배럴 타구를 대량으로 맞았는데도 야수들의 수퍼 캐치를 통해 무사히 넘어갔다면, 이 역시 투수가 아닌 수비가 잘한 덕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수가 QS 이상을 기록했는데도 타선이 침묵해서 졌다면, 이 패전은 타자들의 탓이 큽니다.
이런 승패의 기록을 투수가 독식하는 것은 분명 비합리적입니다.
이렇게 비합리적인 기록을 통해 골든글러브를 선정하고, 리그 MVP를 선정하고, 나아가 한국판 사이 영 상인 최동원상까지 선정하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야구팬들이 승리 투수 기록에서 눈을 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야구를 라이트하게 소비하는 일반 팬들은 특히 세이버메트리션들이 제공하는 기록들에 크게 관심을 갖기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타자의 OPS처럼 투수에게도 보다 직관적이면서도 공정한 기록 지표가 널리 통용되기 전까지는 승리 투수 기록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야구를 즐기는 친구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끝없이 토론했었는데, 저와 친구들이 내린 결론은 승리 투수 규정 자체를 개정하는 것입니다.
승리 투수 기록 자체가 어느 정도 경기의 내용을 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면 승패 기록만으로도 팬들이 직관적으로 투수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내린 결론은 아래의 세 가지이며, 이외에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추가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1. 선발 투수의 승리를 블론 세이브한 투수가 승리한 경우, 선발 투수의 승리로 기록한다.
  2. 선발 투수가 퀄리티 스타트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고, 이후 팀이 승리한 경우, 선발 투수의 승리로 기록한다.
  3. 선발 투수 외의 구원 등판한 투수가 4실점 이상을 기록하며 승리를 기록한 경우, 기록관 재량에 따라 다른 투수의 승리로 기록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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