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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in Guide/레슐랭 가이드

[레슐랭 가이드] 냉면: 서평면옥 -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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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슐랭 가이드는 본래 지인들 사이에서도 입맛이 드럽게 까다롭기로 유명한 제가 다녀본 식당들 중에 인상적인 곳들을 선정해 소개하던 글입니다. 평점 보는 방법은 아래의 링크된 글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 레슐랭 가이드는 협찬 및 유료 광고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광고는 애드핏과 애드센스만 수주합니다.


2021.07.27 - ['rachelin Guide] - [공지] 레슐랭 가이드 읽는 법

 

[공지] 레슐랭 가이드 읽는 법

* 레슐랭 가이드는 본래 지인들 사이에서도 입맛이 드럽게 까다롭기로 유명한 제가 다녀본 식당들 중에 인상적인 곳들을 선정해 소개하던 글입니다. "적당히 아무거나 만족하는 것으로 인생을

raven-deadwire.tistory.com


돌아가신 저희 할아버지께선 황해도 연백군 송봉면 출신이셨습니다.
그 덕에 저는 어릴 적부터 이북 음식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냉면 역시 정말 어릴 적부터 먹어온 음식입니다.
처음 먹어본 냉면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의정부 평양면옥 계열의 집으로, 그 땐 서양 사람마냥 무슨 면을 차가운 국물에 넣어먹냐고 불평하다가 한입 먹고 뿅 갔었더랍니다.
그 이후로 냉면 하면 사족을 못 쓰게 되었고, 할아버지께서 소천하신 후로도 아버지랑 같이 냉면 투어 다니곤 했습니다.


각설하고 이번에 다녀온 곳은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서평면옥'입니다.
이곳은 제가 직접 찾은 곳은 아니고, 저와 함께 음악과 야구를 즐기는 'Insane Rattles'라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티스토리에서 '면식소행'이라는 컨텐츠로 유명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제게 말하기를 "형이 제일 좋아하는 '을지면옥'보다 마음에 들었다."라고 평하기에 마침 위치도 가깝겠다 마음먹고 평해보기로 했습니다.

 

냉면먹는 음악가 인세인래틀즈

음악가의 음악, 냉면, 투자 이야기 © 2015~ INSANERATTLES All Rights Reserved.

insanerattles.tistory.com

(*Insane Rattles의 블로그도 많이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위치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인근 전문건설회관 지하식당가에 있습니다.
이런 회관 빌딩 지하 식당에는 간혹 맛집이 있기에 기대를 해보았습니다.

 

모범음식점 현판이 붙어있다면 경험상 반은 성공. 위생과 청결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하로 내려오면 크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서평면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동작구 모범음식점 현판이 붙어 있는데, 위생과 청결도가 보장된다는 의미이니 마음 놓고 입장했습니다.

 

오픈형 주방이라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조리 과정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룸에도 테이블이 들어선 구조이며,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주중 저녁이라 대기도 없고 사진 촬영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역시나 기대한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한눈에 봐도 깔끔하고 청결한 실내에 어느 정도 오픈된 주방까지 보니 위생 및 청결도는 마음에 듭니다.

 

메뉴는 냉면집이나 이북 음식점에서 찾아보기 쉬운 구성인 듯하다가도 '이게 왜 있지?' 싶은 메뉴도 있습니다.
제주 성게미역국을 평양 음식점에서 볼 줄이야...
그러나 주력 메뉴를 먹어야 하니 이번엔 생략했습니다.
어복쟁반이 있다는 건 전문 이북 식당이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신호이며, 편육과 제육을 함께 하는 걸 보니 냉면 육수는 소와 돼지 둘 다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뉴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홀 담당 선생님께서 '얘는 주문 안 하고 뭐하나'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제육과 지짐이 중에 고민하다 결국 냉면과 함께 이북 음식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만두를 반 접시 주문했습니다.

 

면수는 따로 없어서 물 한 잔 하며 대기

아쉬운 점은 면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따로 달라고 하면 주시긴 합니다.)
자신이 없는 건 아닐텐데, 아마 메밀 함량이 높지 않아 향이 옅어 굳이 제공 안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평면옥 평양물냉면. 9000원

냉면은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지만) 스탠다드 스타일은 아닙니다.
다진 파를 넣는 의정부식과 큼직한 오이를 넣는 장충동식의 절충안 같은 느낌입니다.
앞서 소와 돼지를 함께 쓰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얹어주는 고기 고명은 돼지는 없고, 소 양지 편육 2장이 전부입니다.
그 외에는 무 절임과 삶은 계란 반 개가 전부, 심플하고 깔끔합니다.

빠르게 오이를 건져낸 후 바로 계란부터 한입

계란 고명은 먼저 먹는 게 좋습니다.
찬 음식을 먹기 전에 위장을 보호한다는 설이 있는데, 그건 그닥 설득력이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계란 반 개 정도로 펩톤 활성화가 뭐 얼마나 되겠나 싶습니다.
그보다는 저는 냉면 고유의 맛 때문에 먼저 먹는 편입니다.
애초에 계란 고명은 냉면에서 필수가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맛의 설계에 있어 그 맛이 전체 조화를 흐뜨리고 희석시키지 않는 것이 기왕이면 좋지 않겠냐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마찬가지로 오이는 제가 알러지가 심해서 못 먹는 것도 있지만, 향으로 먹는 음식에서 밸런스를 크게 해치는 식재료이기에 기왕이면 주문할 때 빼달라고 부탁드립니다만... 레슐랭 가이드에서는 가급적 제 입맛에 의한 음식 원본 훼손을 피하기 위해 별달리 요청드리지 않았습니다.

 

면발은 전분의 농도가 꽤 높은지 쫄깃한 식감이 있는 편이며, 육수는 육향이나 메밀향은 옅고 염도는 진한 편

면발은 찰기가 꽤 있는 편입니다.
빛깔은 담담한 메밀면의 색을 띠고 있고, 보리나 볶은 메밀껍질 등은 안 들어갔습니다.
메밀분의 농도가 50% 이하로 추정되는 식감이며, 밀가루의 글루텐 느낌이 아닌 전분의 식감 덕인지 약간 쫄깃한 느낌입니다.
면수를 안 주는 이유를 추측했던 것이 맞아떨어지는 느낌입니다.
한편 육수는 염도가 꽤나 진한 편이며, 육향과 메밀향은 옅은 편이기에 감각을 집중하면서 느껴야 합니다.
이런 면과 육수의 조합이라면 식초나 겨자 등을 섞지 않고, 김치를 함께 얹어 먹을 때 그 특유의 감칠맛이 끌어올라옵니다.
굳이 따지면 제가 좋아하는 을지면옥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저는 맛있게 먹었지만, 아쉽게도 이런 육수 스타일이라면 더더욱 오이는 빠졌어야 했습니다.

 

배추김치보다는 무김치가 면에 더욱 잘 어울리는 편

김치는 여느 집처럼 배추김치와 무김치, 두 가지를 줍니다.
배추김치는 전형적인 황해도식으로 정말 슴슴한 편이라 저는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아쉽게도 여름이 가물었던 탓인지 배추에서 쓴맛이 제법 심하게 났습니다.
그 쓴맛 때문에 메밀면과 조화가 잘 안 맞았지만, 조리법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식당에서 통제가 불가능한 부분이니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반면 무김치는 새콤함과 단맛, 청량감이 좋았기에 앞서 언급한 대로 면 위에 얹어서 먹을 때 감칠맛이 극한으로 끌어올라옵니다.

 

서평면옥 만두 반 접시. 5000원
돼지고기와 숙주, 다진 파와 후추만 들어간 소박한 맛

만두 역시 소박한 평양식 만두의 맛입니다.
돼지고기와 숙주, 다진 파와 후추만으로 맛을 냈습니다.
자극적인 김치만두나 진한 맛의 갈비만두 등이 즐비한 요즘 저는 이런 담백한 만두가 그리운 참이었습니다.
맛 자체가 옅다보니 후추 간은 좀 세게 잡았는지 약간은 알싸한 후추 향이 제게는 꽤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인 대중 입맛이라면 싱겁다고 간장을 듬뿍 찍어먹을 맛입니다만 저는 냉면 육수와 먹으면서 간장 없이도 충분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필자는 맛과 정성에 만족했을 때만 그릇을 비우는 편이다.

흔히들 '완냉'이라고 냉면을 육수 하나 남김없이 먹는 것을 미덕 내지는 의식처럼 행하는 무언가로 여기는 듯합니다.
저는 굳이 이런 것엔 영향받지 않습니다만, 맛과 정성에 충분히 만족하는 경우엔 그릇이 알아서 비워지는 편입니다.
메밀은 배가 빨리 꺼지는 편인데, 그래도 이렇게 먹고 나니 포만감이 밀려옵니다.
한창 운동을 하던 때였다면 사리 추가에 만두 한 판, 지짐이 한 판, 수육도 한 판 때렸겠지만 이젠 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ㅎㅎ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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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나서면서 홀 담당 선생님께서 계산을 하실 때 "처음 오셨나봐요. 식사는 어떠셨어요? 맛있게 드셨나요?"라고 물어오셨습니다.
아마도 이곳저곳 둘러보고 사진도 여러 장 찍고 메뉴도 한참 뚫어져라 보는 것을 보고 알아차리신 듯합니다.
직장 근처 식당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고통받다가 간만에 기분 좋게 저녁을 마무리합니다.

 

식후에 짙푸른 녹음의 보라매 공원을 산책해보는 것을 추천

식당을 나서면서 바로 근처인 보라매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겐 사진 찍는 취미, 재활 운동, 캐치볼 장소 등 여러 의미로 활용되는 곳입니다.
5~9월이면 정해진 시간에 음악분수 쇼를 하는데 특히 저녁에 조명과 어우러진 쇼를 보며 공원 산책을 하면 기분 좋은 하루의 마무리가 될 것입니다.


레슐랭 가이드 총점

1. 맛: 0.7/1.0

  • 절대성: 0.2/0.5, 분명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면수의 부재, 전분 비율, 배추의 쓴맛, 오이향에 훼손된 육향 등은 약간... 아주 약간 불만족스러웠습니다.
  • 상대성: 0.5/0.5, 하지만 가격이 워낙 압도적입니다. 요즘 냉면 한 그릇에 9000원인 곳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사리까지 추가해야 우래옥 냉면 기본가임을 감안하면, 이 가격에 을지면옥 맛에 유사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방문이었습니다.

2. 분위기: 0.5/1.0
- 물론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회관 건물 지하에 있다보니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며, 정통 냉면집 분위기라기보다는 '식당가 맛집' 분위기입니다.

3. 기타 친절도 및 위생: 1.0/1.0
- 터치할 부분 없이 깔끔합니다. 동작구 모범음식점 인정하는 바입니다.

※ 총점: 2.2/3.0
- 레슐랭 가이드에 이만큼 높은 점수는 자주 안 나올 것입니다. 물론 오로지 냉면을 먹기 위해 장거리 방문 혹은 여행까지 감수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곳입니다. 다만 보라매 공원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복합적으로는 장거리 방문도 감수할만한 곳이라 생각하며 추천하는 바입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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