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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제례악 영녕전제향: 정제엄숙(整齊嚴肅)의 계승, 과연 올바르게 이루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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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PC 환경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있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가급적 PC에서 조회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이븐입니다.

해당 포스트는 제가 2016년 무렵까지 운영했던 네이버 블로그의 포스트들을 아카이빙 하기 위해 옮겨온 글이므로, 감상 자체는 2015년에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네이버 블로그에서 사용하던 문체는 티스토리와는 달리 존대 없는 문어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아카이빙 과정에서 별도의 수정 과정은 거치고 있지 않습니다.

참고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라며, 혹여 네이버 블로그를 방문하실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네이버 블로그는 더 이상 운영하고 있지는 않으며, 아카이빙 된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차례로 삭제할 예정입니다.)

 

BLACKEST BLACKIST : VI VERI VENIVERSUM VIVUS VICI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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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3일, 매년 첫째주 일요일에 시행되는 종묘대제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어가행렬과 정전제향은 시간 관계상 관람할 수 없었고 13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영년전제향을 관람하였다.

 

보물 제821호. 종묘 영녕전(永寧殿)은 1421년(세종 3) 정종(定宗)의 신주를 종묘에 모실 때 태실(太室)이 부족하므로 정전(正殿)에 대한 별묘(別廟)를 건립하여 태조(太祖)의 4대조를 함께 옮겨 모신 이후로도 정전에 계속 모시지 않는 왕과 왕비의 신주를 옮겨 모시고 제사하는 곳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가문화유산포털]

영녕전은 세종 3년에 정종의 신주를 정전에 모시자 정전 내의 신실이 부족해졌기에 일부 신주를 옮기기 위해 새로 지어진 별묘이다.

영녕전은 총 16개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신실에는 정종, 문종, 단종, 덕종, 예종, 인종, 명종, 경종 등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이 영녕전에 모셔진 신위들에 대한 제사를 위해 이뤄지는 제례악, 일무 등을 포함한 제례 봉행을 영녕전제향이라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종묘 제례악. (사진 제공: SBS)


이 영녕전제향을 관람하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종묘제례악에 집중해보았다.

유학에서 그토록 중시하는 '정제엄숙(整齊嚴肅)'이 음악과 제사에 어떻게 녹아들어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종묘제례악은 종묘제례 의식에 맞춰 연행하는 기악과 노래 춤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예술이다.

악기 연주에 맞추어 추는 일무는 굉장히 정적이이며, 외려 '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무색할 정도이다.

팔을 몇 차례 들어 움직이거나 허리를 숙이는 정도가 등장하는 일정한 패턴의 전부이다.

그 빠르기 역시 굉장히 느린 편이다. (이 빠르기에 관한 이야기는 노래와 기악 쪽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제관들이 정해진 자리에 서는 '취위(就位)'라는 절차가 끝나고 약 30분 정도에 걸쳐 이 일무가 진행된다.

동작이 다양하거나 빠르지도 않고, 힘이 있어보이지도 않은 이 일무는 불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배제한 동작들로 정제엄숙을 재현해냈다고 볼 수 있다.

궁중 음악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는 악기 구성과 음계 사용. (사진 제공: 문화유산채널)

노래와 기악 역시 상당히 정적이다.

흔히 쉽게 구분하는 12음도 중에서 종묘제례악에는 (정확하진 않지만 직접 듣고 식별해본 결과) 약 5~6개음 정도만이 사용된다.

이는 궁중음악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인 듯하다.

일전에 대취타와 취타를 관람하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국악 전반에 걸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듯 하지만 특히나 그 음악들에서는 사용하는 음계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취타의 경우는 악기 편성도 종묘제례악과 상당히 비슷하였다.

시작점 등을 알리는 '박'을 비롯해 진고, 장구, 편종, 편경, 방향, 징, 어 등의 타악기부와 당피리, 대금, 태평소의 관악기부, 아쟁과 해금으로 이뤄진 현악기부 등 총 14개 종류의 악기 구성을 통해 다양한 스케일이나 화음 구성 대신 자연배음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에서 취타와 종묘제례악은 매우 유사하였다.

다만 아무리 궁중음악이라고 해도 제례 음악인 종묘제례악이 아무래도 취타보다는 더 절제되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 느낌이었다.

굳이 서양음악과 비교해보자면 그레고리안 성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두 음악 모두 화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대위법과 유니즌을 이용한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

 

굳이 서양 음악과 비교하자면 종묘 제례악은 '그레고리안 성가'와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제례 음악인만큼 템포는 굉장히 느린 편이다.

서양음악에서 가장 느린 빠르기를 의미하는 '라르고(Largo)'는 대략 40bpm 정도의 빠르기이다.

그러나 국악에서 느리다고 불리는 빠르기의 곡들은 이 라르고보다도 느린 경우가 많으며, 가장 느린 곡들은 대략 15bpm 정도의 초저속의 형태를 보인다.

종묘제례악 역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라르고보다는 느린 듯했다.

굉장히 느린 빠르기를 통해 앞서 언급한 자연배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악곡 구성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빠르기 외에도 장단 역시 인상적인데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3박, 4박, 12박 등이 아닌 24박을 사용하고 있다.

굉장히 느린 빠르기에 24박이라는 장단형이 더해지면 엄숙하다 못해 지루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한 마디가 굉장히 길어진다.

또한 이 장단 속에서 변박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이 정박에 모든 음들이 맞아 떨어진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이 곡은 단조가 아닌 장조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는 아무리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해도 궁중음악에서 '슬픈 곡조'는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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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제례악에는 공자의 예악 사상이 담겨 있다. (자료 제공: 장서각)

이런 여러 특징들을 종합해볼 때 정제엄숙은 물론 예악 사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예기』에 따르면 예악(禮樂) 둘 중에 화(和)를 주로 하는 악(樂)이 이기게 되면 모두가 그칠 줄 모르는 흐름, 즉 '유탕(遊蕩)'이 되고 만다.

반면 절도와 차별을 주로하는 예(禮)가 이기게 되면 서로 정신적인 친밀감이 없어져서 떨어지게 된다.

예악 양자의 이런 경향을 변별해서 조절해 가는 것이 정치이며 교육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자께선 '익자삼락(益者三樂)'이라 하여 인간이 좋아하는 것들 중 유익한 것 세 가지 중 예악을 절(節)하는 즐거움을 제일로 꼽으셨다.

자로가 공자께 완전한 인간상에 대해 여쭈었을 때도 공자께선 지(智), 용(勇), 예(藝), 불욕(不欲) 등을 갖춘 후에 예악을 연마하여야 한다고 하셨다.

공자께서 예악을 중시하신 이유는 미(美)의 구현에는 자연히 인(仁)이 당면해 있기 때문이다.

종묘제례악에는 이런 절도와 조화를 모두 담아낸, 예악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지런하지 못한 일무. 계승 과정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싶었다. (사진 제공: SBS)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런 예악과 정제엄숙의 계승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냐는 의문점이 남았다는 점이다.

시작이 많이 늦어진 것은 아니지만 약 5분 정도 제례가 미뤄졌고, 제관들과 악사들, 일무를 추는 무사들에게서 정제엄숙의 자세를 찾아볼 수 없었다.

비가 오는 악조건에서 가지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일무의 동작은 정돈되지 않았고 악사들은 몸을 뒤척이기 일수였다.

가장 실망한 것은 관람객들의 태도였다.

안내원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자세로 관람을 할 생각이면 왜 현장에 와서 관람을 하는지 의문이었다.

실망과 함께 돌아서며 과연 이런 식으로 종묘제례가 계승되도록 놔두어도 괜찮은 것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중요 무형 문화 유산이 계승된다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올바르게 계승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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